사진=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영상 캡처
사진=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영상 캡처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함께 시청하는 부부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각양각색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지선우(김희애 분)-이태오(박해준)를 지켜보면서 침묵 속에 서로 온갖 생각을 다 해보는 부부도, 대놓고 함께 욕하거나 격론을 벌이는 부부도 있다. 9일 각양각색 부부들에게 감상평을 물었다.

◆드라마를 본 부부들 어떤 대화 나눌까

1. (회사원인 남편 이모 씨와 아내 장모 씨, 모두 30대, 아이는 없음) "뭐 이런 이야기가 다 있어?" "흥미진진한데." "너도 그러냐?" "당연히 안 그러지…."

2. (마흔 동갑내기인 회사원 남편 강모 씨와 주부 송모 씨) 대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아내는 "당신은 들키면 선우보다 더하게 복수해주겠다"고 했습니다.

3.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인 44세 남편 유모 씨와 대학교 강사인 37세 이모 씨) 남편 "저거 진짜야?", 아내 "대박!"

4. (잡지사 편집장이자 영화평론가인 남편 정모 씨와 대학교수 아내. 둘 다 50대) "너라면 어쩔래? 너는 바람피우면 죽는다." "안 걸리면 되는 것 아냐?" "여자만 너무 불쌍해. 세상의 모든 남자는 다 똑같아." "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런데 김희애 연기 정말 잘한다." "난 지고지순한 박선영이 좋아. 김희애는 부담스러워." "이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다 별로야."

5. (함께 회사원인 54세 남편 고모 씨와 50세 아내 윤모 씨) 아내가 말하더라. "남자들은 단순해서 옆도 안 보고 그냥 저지른다"고.

6. (지자체 공무원 55세 남편과 비슷한 나이의 전업주부 아내) "그냥 드라마니까.
나는 저럴 때 그렇게 안 한다" 정도의 대화를 나눴죠.

7. (자영업을 하는 60대 남편 이모 씨와 아내 서모 씨)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지만 각자의 삶은 또 존중돼야 한다.

◆남편들 의견은

이태오와 손제혁(김영민)의 외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까.

1. 비판받아 마땅하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개연성은 있다. 바람피우는 사람이 극히 드문 것도 아니고.

2.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개연성은 있음. 이태오가 '잘 나가는' 부인에 대해 느끼는 열등감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풀려고 시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3. 이해할 수 없다. 잘 생기거나(이태오), 돈이 많거나(손제혁), 여자들의 습성을 잘 알거나(둘 다). 모두 내가 가지지 않은 능력이라 이해가 안 된다.

4. 이해할 수 있지만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다. 그리고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니 이혼으로 이어짐은 당연하다. 이해할 수 있는 까닭은 한국 사회에서 중년의 삶이 얼마나 외롭고 고달픈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기 때문이다. 그 삶에 단비처럼 찾아온 탈출구가 불륜이랄까. 책임은 책임이고….

5. 남자들이 많이들 저러지만 난 몰입은 별로 안 했다.

6. 이해할 수는 있다. 남자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이 있다.

7.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안 되는 것. 특히 자식이 있다면. 아빠니까.

◆아내들 의견은

남편의 외도에 바로 이혼을 선언한 지선우, 참고 지내다 결국 갈라서기를 선택한 고예림(박선영), 평생을 참고 산 최 회장 아내(서이숙) 중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1. 지선우.

2. 고예림. 다만 지선우처럼 물불 안 가리고 복수를 위해 덤비는 캐릭터가 현실적이지 않으나, 여성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만하다.

3. 고예림. 대부분의 여성이 바람피우는 남편을 믿고 믿다가 더는 신뢰하지 않게 되는 거죠.

4. 절대적으로 지선우를 지지한다. 현대 사회는 명확하다. 옳고 그름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기준이 마련돼 있고, 이에 대한 책임도 명확하다. 참고 이해하는 것이 절대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5. 셋 다 있을 수 있는 선택이다. 최 회장 아내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이유 등 대외적 부분을 더 중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남편과 진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고예림은 본인 감정에 충실하면서 '이미 끝난 걸 부여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며 과감한 실천을 했고. 지선우는 애정이 고픈 여자로서 본인이 꿈꾼 세계 속에 자기와 가족을 모두 집어넣고 살아왔기에 절대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혼 후에도 그 세계에서 못 벗어나고 있고. 어찌 보면 고예림이 가장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나가지 않을까 싶다.

6. 지선우.

7. 고예림.

◆서로 증오하다 다시 하룻밤을 보낸 지선우와 이태오를 이해할 수 있습니까.

1. (남편) 그냥 이해는 못 하나 가능할 수도. (아내) 절대 이해는 못 하나 가능할 수도.

2. (남편) 개연성 있음.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 지독한 증오는 지독한 사랑과 반대말이 아니라 생각함.

(아내) 이해할 수 없지만, 개연성은 있다. 이 부분에서 '부부의 세계'가 다른 치정극과 차별화한다고 생각한다.

3. (남편) 이해가 안 된다. (아내) 모르겠다.

4. (남편) 대부분 남자가 흔히 상상하는 로망 아닐까? 잘못했지만, 마음으로 미워하지만, 몸으로 받아들이는 여성. 아마도 자신의 잘못을 아내의 몸이 받아줌으로써 용서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게 남자다.

(아내) 절대 있을 수 없는 미친 짓이다. 하지만 드라마 설정상 둘 다 마음 한구석에 상대를 두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을까. 아니다. 이건 다 술 탓이다. 술 탓으로 미루기에도 정말 미친 짓이어서 이해할 수 없다. 작가와 PD가 남성 아니냐. 결국 남성의 시선에서 남성의 심리 중심으로 그려진 것이다.

5. (남편) 저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아내) 이해할 수 없어.

6. (남편) 이해할 수 있다.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있는 것 같다. (아내) 절대 이해 안 된다.

7. (남편, 아내 함께) 이해할 수 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고 아직 사랑이 남아있으니 비록 집착일지라도 그럴 수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