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공개 보류…해외 先판매 계약에 덜미
넷플릭스가 10일로 예정한 영화 '사냥의시간' 공개를 보류했다. 전날 법원이 영화 '사냥의 시간' 해외 공개를 금지한 데 따른 조치다.

넷플릭스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10일로 예정돼 있던 '사냥의 시간' 공개 및 관련 모든 행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을 포함, 전 세계에서 '사냥의 시간'을 기다려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추후 소식을 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사냥의 시간'은 지난 2월 26일 국내 개봉할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이 연기됐고 결국 한국 영화 신작 최초로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이승련 부장판사)는 '사냥의 시간'의 해외 세일즈사 콘텐츠판다가 이 영화의 해외 배포와 관련해 배급사 리틀빅픽쳐스를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영화의 "극장, 인터넷, 텔레비전을 통해 상영, 판매, 배포하거나 비디오 등으로 제작, 판매, 배포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넷플릭스가 공개보류 결정을 내린 후 리틀빅픽쳐스와 콘텐츠판다는 관련 내용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는 이 사안이 어떻게 수습될 지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대형 투자배급사는 자체 해외세일즈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계약관계에 휘말릴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자체 팀이 없는 리틀빅픽쳐스 같은 중소배급사들은 해외세일즈를 대행사에 맡겨야하는 데서 이중계약이 불거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대작이나 상업용 콘텐츠를 중심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중소업체들과 거래관계는 많지 없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리틀빅픽처스가 콘텐츠판다에 위약금을 많이 주고라도 해결해야만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넷플릭스에 엄청난 배상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틀빅픽처스가 판권문제를 정리하지 못하면 넷플릭스 측에 배상한다는 조항을 계약에 넣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콘텐츠판다가 판권 보유자가 아닌 대행사 자격인 만큼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내려진 비상한 결정이기 때문에 본안 소송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다른 영화사 관계자는 "콘텐츠판다가 '사냥의 시간'을 30여 개국에 팔았다해도 수출 총액은 100만 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리틀빅픽처스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냥의 시간' 총제작비는 117억원인데, 넷플릭스로부터 15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독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김지수 씨(29)는 "'사냥의 시간'을 보려고 최근 넷플릭스에 가입했다"며 " 갑자기 보류했다는 소식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