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음반 퇴조에도 K팝은 압도적 판매량…'종합 콘텐츠'에 팬심 결집
빌보드 '톱5' 반년사이 4팀 진입…K팝 음반 왜 잘팔리나
K팝 그룹들 신보가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최상위권에 데뷔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약진' 배경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빌보드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는 두 한국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엔시티(NCT) 127이 나란히 '톱 10'에 드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방탄소년단은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 발매 후 3주차에 8위를 차지하며 톱 10을 지켰다.

이 앨범은 지난달 발매 후 바로 빌보드 200 1위에 오르며 방탄소년단에게 4번째 빌보드 정상을 안겼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NCT 127이 지난 6일 발매한 정규 2집 '엔시티 #127 네오 존'은 발매 직후 빌보드 200 차트에 5위로 진입했다.

지난해 10월에는 SM의 프로젝트 그룹 슈퍼엠(SuperM)이 미국 무대 데뷔와 동시에 빌보드 200 1위에 직행했고, 이달 초에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몬스타엑스가 미국 정규 1집 '올 어바웃 러브'로 5위에 입성했다.

과거에는 멀게만 보인 빌보드 최상위권에 최근 6개월 사이 한국 그룹만 네 팀이 줄줄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K팝의 북미 차트 점령은 점점 '이례적이지 않은' 현상이 되어가는 셈이다.

주목되는 대목은 한국 그룹들의 경우 실물(physical) 앨범, 즉 전통적 의미의 음반 판매량에서 특히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빌보드 200은 디지털 음원 10곡을 내려받거나 1천500곡을 스트리밍한 경우 실물 앨범 1장을 산 것으로 간주해 순위 집계에 포함하는데, 한국 그룹들은 실물 앨범 판매량이 총점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방탄소년단 '맵 오브 더 솔 : 7'은 첫 주 획득한 42만2천 점 가운데 실물 앨범 판매량이 34만7천 장이었다.

슈퍼엠의 경우 발매 첫 주 16만8천점 가운데 실물 앨범 판매량이 16만4천 장이었다.

8만7천 점을 얻은 NCT 127은 실물 앨범 8만3천 장을 팔았고 몬스타엑스도 총 5만2천 점 중 실물 앨범이 5만장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이번 주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미국 래퍼 릴 우지 버트의 '이터널 어테이크'는 총점 28만8천 점 가운데 앨범 판매량은 9천 장에 그쳤고 스트리밍 환산치가 27만8천 점으로 대부분이었다.

빌보드 '톱5' 반년사이 4팀 진입…K팝 음반 왜 잘팔리나
실물 음반 판매고에 힘입은 K팝 그룹들의 성과는 전 세계적으로 전통적 음반 시장이 나날이 퇴조하는 상황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지난해 4월 발간한 '글로벌 뮤직 리포트 2019'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에서 디지털 음악 시장 수익이 전년 대비 21.1% 늘어난 반면 실물 앨범 수익은 10.1% 줄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실물 앨범 수익이 오히려 28.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현상은 최근 실물 앨범이 단순한 음악 청취용을 넘어 소장 가치가 있는 MD(머천다이즈)에 가깝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통 아이돌 그룹 앨범에는 음악 CD뿐만 아니라 화보집, 포토카드 등 다양한 비주얼 콘텐츠가 함께 담긴다.

음악과 비주얼, 퍼포먼스가 결합해 '종합 패키지'를 이루는 K팝의 특성과도 일맥상통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K팝은 음악과 영상, 퍼포먼스, 서사가 결합한 종합 콘텐츠"라며 "앨범은 음악을 여러 감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매개"라고 설명했다.

물론 실물 앨범 판매가 늘어나려면 그만큼 구매 의지를 갖춘 팬덤이 형성돼야 한다.

충성도와 결속력이 높은 K팝 팬덤 특성상 앨범 판매량은 '팬심'의 크기를 보여주는 척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동안 K팝이 북미 시장에서 팬덤 부피를 키워 온 것이 최근 성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빌보드 '톱5' 반년사이 4팀 진입…K팝 음반 왜 잘팔리나
최근 빌보드는 음악시장 쟁점을 여러 꼭지의 심층 기사로 다루는 '딥 다이브' 코너에서 K팝의 MD 및 실물 앨범 마케팅 전략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빌보드가 인용한 닐슨 뮤직 데이터에 따르면 K팝 가수의 미국 시장 판매고에서 실물 앨범과 디지털 앨범이 각각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반전됐다.

실물 앨범 비중은 2015년∼2017년에는 15% 밑이었만 2018년 67%, 2019년 79%로 급상승했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해외에서 K팝 음악이 소비되는 주요 방식은 유튜브 같은 인터넷 미디어 플랫폼"이라며 "실물 앨범을 사면 가수를 만나고자 하는 욕구를 간접적으로나마 충족시킬 수 있어 해외 팬들이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2017년 미 빌보드뮤직어워즈(BBMA)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를 수상한 이후부터 팬층이 가시적으로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며 "슈퍼엠이나 NCT 127은 SM엔터테인먼트의 기존 팬층이 많이 작동한 결과"라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