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11일째 관객 1008만 명을 기록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 11일째 관객 1008만 명을 기록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할리우드 액션 어드벤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이 세계적으로 ‘흥행 광풍’을 일으키며 영화사를 새로 쓰고 있다. 국내에선 각종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역대 최단 기간 1000만 명 관객을 돌파했고, 세계적으로는 개봉 9일(북미 기준) 만에 2조원 넘는 관람권 매출을 올리며 역대 흥행 순위 5위에 올랐다. ‘어벤져스 완결편’인 이 영화가 국내 외화 관객수 1위와 세계 흥행 1위인 ‘아바타’의 기록을 넘어설지에 관심이 쏠린다.

'어벤져스4' 벌써 글로벌 매출 2조…역대 흥행 1위 '아바타' 넘을까
‘명량’보다 하루 앞서 관객 1000만 돌파

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4는 지난달 24일 개봉한 뒤 11일째인 4일까지 관객수 1008만 명을 기록했다. ‘명량’이 보유한 역대 최단 기간(12일째) 1000만 명 돌파 기록을 깼다. 어벤져스4는 지난 1월 ‘극한직업’(1626만 명)에 이어 역대 24번째로 ‘1000만 영화 클럽’에 가입했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 ‘인피니티 워’(2018년)를 포함해 시리즈 3편 연속 최초 1000만 영화가 됐다.

20대와 남성이 흥행을 주도했다. CJ CGV가 개봉 후 지난 1일까지 관객을 분석한 결과 20대 점유율이 35.6%로 연령대별 1위였다. 같은 기간 전체 영화의 20대 비중(34.2%)보다 1.4%포인트 높았다. 남성 관객 비중은 50.2%로 같은 기간 전체 영화의 남성 관객(48.8%)보다 1.4%포인트 높았다. 남성 관객 비중이 여성(49.8%)을 앞지른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재관람(N차 관람)률도 높다. 이날까지 재관람률은 6.2%로 ‘극한직업’이 1000만 명을 넘어선 시점의 5.5%보다 높았다. 재관람은 1000만 명 돌파 이후부터 더 늘어나기 때문에 7~9%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어벤져스4' 벌써 글로벌 매출 2조…역대 흥행 1위 '아바타' 넘을까
한국 못지않은 세계 흥행 열풍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성적도 ‘흥행 광풍’이라고 부를 만하다. 어벤져스4는 역대 중국·북미·세계 최고 개봉일 수입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국에서는 개봉 첫회 상영(0시) 관객만 300만 명을 넘었고 첫날 1억710만달러(한국은 87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개봉 8일째 외화로는 최초이자 전체로는 최단 기간에 30억위안 수입을 넘어섰다. 중국 역대 흥행 1위와 2위인 ‘전랑2’와 ‘유랑지구’를 제칠지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어벤져스4의 이날 현재 세계 흥행 수입은 19억1453만달러(약 2조2400억원)로 역대 5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각국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어 4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억4645만달러), 3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억6822만달러), 2위 ‘타이타닉’(21억8680만달러)를 조만간 제칠 전망이다. 역대 흥행 1위 ‘아바타’(27억8800만달러)의 기록을 깰지가 관심사다.

소수자 앞세워 세계인 호감 끌어올려

영화평론가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미국 중심주의를 바탕에 깔았지만 여성, 흑인 등 소수자를 앞세워 세계인의 호감을 끌어올렸다”고 흥행 요인을 설명했다. 미국의 상징인 캡틴 아메리카는 여러 히어로 중 한 명으로 활약한다. 여성 히어로인 캡틴 마블과 블랙 위도우, 흑인인 블랙 팬서, 도둑 출신의 앤트맨 등이 빌런(악당)을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운다. 또 히어로들은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내면서도 적절한 유머를 보태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선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영웅 캐릭터에게 쉽게 감정이입을 한다. 특히 빌런마저 나름의 철학을 피력한다. 히어로와 빌런이 공존하는 새로운 히어로물이 탄생했다는 평가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중국(5억1000만달러), 영국(7100만달러)에 이어 세계 3위(6400만달러)의 흥행세다. 하재근 평론가는 “한국에서 단기간에 많은 관람객을 모은 이유는 콘텐츠의 완성도가 뒷받침된 상황에서 전체 상영관의 80%가량을 장악한 ‘쏠림’ 현상도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