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팬클럽은 없었다"…방탄과 함께 크는 아미
“방탄소년단이 여기 올 때까지 캠핑하며 기다릴 거야.”

‘BTS’가 크게 새겨진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한 여성이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BTS 콘서트에 입장하기 위해 밤새 캠핑하는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ARMY)’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 여성은 영화 ‘라라랜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등의 주역 배우로 잘 알려진 에마 스톤(사진)이다. 그는 지난 13일 미국 NBC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 방탄소년단과 함께 출연했다. 세계적인 배우가 스스로 ‘아미’임을 자처하며 방탄소년단을 기다리는 모습은 네티즌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아미처럼 한 팬클럽이 아이돌을 글로벌 가수로 성장시키고,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인정받는 사례는 드물다. 아미는 2013년 방탄소년단의 데뷔 때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그들의 앨범과 콘텐츠를 확산해왔다. 선진적인 팬덤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성장하면 팬덤도 커지고, 팬덤이 커지면 방탄소년단도 함께 성장하는 구도”라며 “이런 지속 가능한 패턴이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미는 2014년 3월 정식 팬클럽으로 결성됐다. 초기엔 10대와 20대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최근엔 팬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30~40대 팬도 증가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아미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 팬덤이 한국 팬덤과 견줄 정도로 막강하다.

아미만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멤버를 좋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아이돌 팬클럽에선 각각 특정 멤버만 좋아하며 다른 멤버는 경계하는 경향마저 보였다.

수준 높은 팬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규칙도 정해 실천한다. 지난해 빌보드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방탄소년단이 도착하자 미국 아미들은 보라색 리본을 묶어 멤버들의 이동 동선을 확보하고 질서를 유지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