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봉하는 영화 ‘PMC:더 벙커’에서 하정우(오른쪽)와 이선균이 열연하고 있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PMC:더 벙커’에서 하정우(오른쪽)와 이선균이 열연하고 있다.
김병우 감독의 ‘PMC:더 벙커’(26일 개봉)는 전쟁도 비즈니스로 여기는 다국적 군사기업 PMC(Private Military Company)를 다룬 첫 한국영화다. PMC 캡틴 에이헵과 용병들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비무장지대(DMZ) 내 지하벙커에서 요인 망명 작전을 벌이다 뜻밖의 인물 ‘북한 킹’이 나타나자 작전을 변경해 그를 납치한다. 그러나 다른 군사기업의 기습과 CIA의 배신으로 함정에 빠진다. 에이헵 역 하정우(40)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하정우는 ‘신과함께’ 1, 2편과 ‘암살’ 등 1000만 관객 영화 3편을 비롯해 주연작들이 총 1억 명 이상을 모은 특급 흥행 배우다.

“시사회 반응이 ‘모’ 아니면 ‘도’여서 흥행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한시도 관객을 가만두지 않는 독특한 형식에 의견이 갈리거든요.”

하정우
하정우
몰아치는 액션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에 대해 ‘스릴 넘친다’, ‘긴장감 있다’고 좋아하는 부류와 ‘정신없다’, ‘소란스럽다’며 거부감을 느끼는 부류로 갈린다는 얘기다.

“외국 배우가 대거 출연하고 영어 대사가 많은 것도 집중하기 어렵게 한다고 해요. 관객들을 확 끌어당기는 영화는 아니죠. 하지만 일단 한번 빠지면 타격감 있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예요.”

에이헵은 벙커 안에서 부상으로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한 채 포복자세로 이동한다. 바닥에는 돌가루와 유리가루가 깔려 있어 상처 입을 위험도 컸다. 좁은 공간에는 3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갔다고 한다.

하정우는 기존 전쟁물과 달리 민간 군사기업의 전쟁이란 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싸우죠. 시민권을 얻으려는 등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싸우는 게 색다르죠. ‘북한 킹’도 현상금이 많이 걸린 인물입니다. 해외에서는 대기업과 종교집단들이 PMC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PMC 용병들은 고성능 장비를 갖추고 많은 돈을 받는 프로들이죠.”

고층빌딩에 갇힌 사람들을 다룬 ‘더 테러 라이브’(2013)의 김병우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이 작품도 벙커에 갇혀 탈출하려는 군인들의 이야기다. 하정우는 붕괴한 터널 속에서 사투하는 ‘터널’(2016년, 712만 명)에도 출연했다. 모두 좁은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좁은 공간에 갇힌 인물들의 이야기는 영화적인 재미를 배가합니다. 어떻게 탈출할지 흥미를 불러일으키거든요. 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밀도 있게 표현하려면 연출과 연기가 뛰어나야 합니다. 관객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요. 배우로서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만큼, 출퇴근하면서 찍는 게 생활하기에 편합니다.”

그는 영어 대사를 익히느라 고생도 했다.

“짧은 영어는 평생의 숙제이자 짐이죠. 맨처음에는 시간을 들여 문장을 완전히 독해했어요. 그리고 미국에서 한 달간 10시간씩 영어 대사를 집중 연습했습니다. 돌아와서 수차례 리허설을 했고요.”

그는 사십줄에 들어선 소회도 밝혔다.

“관객들에게 신뢰받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자면 재미있고 다양하며 신선한 작품에 꾸준히 참여할 수 있어야 하겠죠. 결혼도 해야죠. 결혼정보회사에 프로필을 내고 소개를 받을 생각입니다. 아이는 네다섯쯤 낳고 싶어요. 하하.”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