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280억원(추정치)에 방영권을 사들인 ‘미스터 션샤인’, 상반기 최고 시청률 45%를 기록한 ‘황금빛 내 인생’, 중국 일본 등에서 한류를 다시 일으킨 ‘도깨비’…. 2016년 이후 선풍을 일으킨 드라마 화제작들이다. 공통점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거쳐 탄생한 작품들이란 것. 이 회사는 설립 2년 만에 매출 146%, 영업이익 4배로 실적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뒤 시가총액이 코스닥시장 8위(2조8000여억원)에 올랐고 주가수익비율(PER)은 무려 95배에 이른다.

2016년 분할 전까지 CJ E&M의 사업본부에 불과했던 스튜디오드래곤이 글로벌 시장까지 넘보는 기업으로 급성장한 비결은 뭘까. 처음부터 일반 제작사와 다른 ‘유통회사(Distributor)’ 전략을 추구했고 모회사의 그늘을 벗어나 케이블, 지상파 구분없이 빠르게 영역을 확장한 도전정신(Dare to Challenge)이 첫 손에 꼽힌다. 다양한 소재의 콘텐츠(Diversity)를 생산할 수 있는 제작 시스템도 크게 기여했다. 국내 드라마 시장의 판을 바꾸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성공에 이 같은 ‘3D’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만드는 드라마마다 대박… 스튜디오드래곤 '용틀임' 비결은 3D
제작사 아닌 글로벌 유통회사 전략

처음엔 대기업 자본력에만 기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물적 분할 이후 2년 만에 외형이 크게 확대됐다. 매출은 2016년 1544억원, 지난해 286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3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66억원에서 69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증권업계 추정치 평균)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북미 영화시장에서 주로 발달한 ‘스튜디오’ 모델을 과감하게 도입한 덕분이다.

스튜디오는 제작사들에 제작비를 100% 미리 제공하고 작품을 만들도록 한다.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제작사들이 비용 걱정 없이 콘텐츠 질을 높이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통상 방송사들이 제작비를 40~60%만 지급했기 때문에 나머지는 간접광고 등으로 힘겹게 충당해야 했다. 이후 스튜디오드래곤은 방송사, 동영상스트리밍(OTT) 플랫폼 등과 제작사를 연결해준다.

이런 구조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의 발전과 맞물려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넷플릭스가 ‘미스터 션샤인’ 방영권으로 지급한 280억원은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사들인 방영권 가격의 5배가 넘는다. 아마존, 워너브러더스, 영국 ITV 등과 공동제작, 유통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한령(限韓令)’ 해빙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스튜디오드래곤의 하반기 대작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이 중국 OTT 사업자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인하우스’ 박차고 나간 도전정신

이 같은 도전정신은 모회사에 소속돼 있을 때부터 발휘됐다. 이들은 CJ E&M 계열의 케이블 채널에만 작품을 공급하지 않았다. 케이블용, 지상파용 드라마를 구분하지 않고 작품을 기획했다. 케이블용은 제작비가 적게 들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SBS 등에서 ‘신사의 품격’ ‘괜찮아 사랑이야’를 성공시키며 업계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또 콘텐츠의 힘을 ‘스타 작가’에서 ‘작품’ 자체로 옮겨오려 애썼다. 스타 작가에게만 의존하다 보면 내용이 획일화되기 때문이다. 현재 스튜디오드래곤은 방송 사업자이던 ‘온미디어’ 콘텐츠구매팀장 출신 최진희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