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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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늘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모니터하면서도 잘한 것보다 아쉬운 점이 먼저 보여요. 노래든, 연기든 저를 지지해주는 분들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 마음이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최근 종영한 JTBC 법정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에서 임바른 판사 역을 맡아 활약한 배우 김명수의 말이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그룹 인피니트의 엘. 2010년 ‘다시 돌아와’로 데뷔한 인피니트는 이듬해 ‘내꺼하자’를 연달아 내놓으며 가장 주목받는 아이돌로 우뚝 섰다. 그런 가운데 엘은 김명수라는 본명으로 연기를 병행했다.

“연기가 가장 좋은 건 극 중 인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현실의 저는 판사나 역사 속의 인물이 될 수 없지만 극에서는 저와 다른 성격의 인물로 살 수 있죠. 그 자체가 좋습니다.”

다양한 작품에서 경험을 쌓은 그가 연기자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방송된 MBC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에서다. 그전까지는 불안한 발음과 발성, 눈빛 등 연기력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적이 적지 않았다. 김명수는 이런 댓글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비관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았다. 그런 노력이 ‘미스 함무라비’로 보상받았다. 극 중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4부 우배석 판사 임바른을 연기하며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전 제작이라는 점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드라마 방영 중에 촬영하면 시청자들의 반응이 즉각 나오는데, 이번에는 그런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피드백 없이 촬영해서 촬영장 분위기도 밝고 유쾌했죠. 촬영하는 내내 누구 하나 예민하거나 무거운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게 사전 제작의 장점인 것 같아요. 연연하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 연기할 수 있죠. 저 역시 정신 상태가 편안했어요. 하하.”

‘미스 함무라비’는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 작가가 대본을 집필해 더욱 주목됐다. 김명수는 “문 작가님은 다른 작가들과 여러 면에서 많이 달랐다”며 “소통하는 걸 좋아해서 촬영 기간에 열 번 정도 촬영장에 직접 찾아왔다. ‘내가 쓴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며 소년처럼 좋아하셨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실제 법원에 찾아가서 문 판사가 재판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연구했다고 한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성동일·고아라·류덕환 등에 대해서도 “많은 걸 배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은 그를 엘이나 김명수가 아니라 임바른으로 바라봤다. ‘인생 캐릭터’라는 평도 얻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아직은 저의 장점보다 단점을 지적한 글이 더 잘 보여요. 저 역시 미흡하다고 생각한 점을 지적하고 짚어주면 도움이 되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원동력도 되고요. 저의 성장을 응원하고 좋아해 주는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습니다.”

김하진 한경텐아시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