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두'덕에 배우 유이로 살맛 났다
“4개월간 열심히 달려와서 그런지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추위와 싸우고 밤을 새우면서 찍을 때는 ‘대체 언제쯤 끝날까?’란 생각도 했었는데 막상 끝나니까 시원섭섭해요. 우리 드라마를 통해 ‘힐링했다’는 반응을 들을 때마다 정말 뿌듯했습니다. 저도 작품을 통해 힐링할 수 있었어요.”

MBC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사진)의 주연 유이가 지난 19일 드라마 종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시청률만 보고 달리는 독종 PD 한승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승주는 극한의 현실을 살아가는 30대 직장인.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돌직구를 날리는 걸크러시 매력의 소유자다.

'오작두'덕에 배우 유이로 살맛 났다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한승주와 나이 차이만 조금 났지 저와 너무 비슷하다고 느껴졌어요. 저도 욱하는 성질이 있고 할 말은 다 하는 편입니다. 하하. 캐릭터 성격을 떠나서도 승주가 놓인 상황과 당시 제 상황이 겹쳐보이기도 했어요.”

배우가 자신의 출연작에 애정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데릴남편 오작두’에 대한 유이의 자세는 애정 그 이상이다. 지독한 슬럼프에서 자신을 건져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받기 바로 직전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었습니다. 10년간의 연예계 생활에 회의와 의문이 들었죠. 1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무조건 일이 1순위였고, 연애보다도 일이 중요했어요. 그런데 딱 서른 살이 되던 작년에 고비가 찾아왔어요. 누군가 툭 치면 그대로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데릴남편 오작두’를 만났어요. 한승주를 연기하면서 점점 용기를 얻고 힐링할 수 있었죠. ‘작품 하나가 사람을 살렸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2009년 걸그룹 애프터스쿨로 데뷔한 유이는 귀여운 외모에 탄탄한 몸매로 단숨에 많은 이에게 주목받았다. 데뷔하자마자 방송계는 물론 광고계까지 ‘접수’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데뷔 첫해 연기에도 도전했다.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고현정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재능도 드러냈다. 하지만 유이는 “그땐 일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몰랐다”고 털어놨다.

“당시 하루에 스케줄을 6개씩 뛰었어요. 갑작스러운 인기에 모든 게 생소했고, 시간도 너무 빠르게 지나갔죠. 그러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내가 뭘 위해 연습생 생활을 한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한마디로 소중함을 몰랐던 거죠. 그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일의 소중함을 알게 됐으니까요.”

유이는 연기를 시작한 뒤 조연부터 주연까지 차례대로 거치며 한 단계씩 성장했다. 처음엔 유이라는 이름 앞에 ‘걸그룹 출신 연기자’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온전한 배우로 인정받았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미혼모부터 30대 비혼주의자 싱글녀까지 역할도 다양했다. 연기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은데도 유이는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배우나 연기자로 불리는 건 아직도 낯설어요. 연기에 스스로 자신이 있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아직 부족합니다. 지금도 제 연기를 볼 때 삐걱거리는 부분이 자꾸 눈에 띄어요. 하하.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발음 문제도 그렇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유이는 예를 하나 들었다. 그는 “지금은 공식석상에서 ‘안녕하세요. 유이입니다’라고 인사하는데, 언젠가는 ‘안녕하세요. 연기자 유이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지난해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한 유이는 연기활동 2막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영화에 도전하는 것이다.

“영화는 저에게 꿈 같아요. 경험해보지 못한 또 다른 세계라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기회가 온다면 작은 역할부터 시작할 계획이에요. 드라마에서도 단역, 조연을 거쳐 주연까지 맡았듯 영화에서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고 싶습니다. 이른 시간 안에 영화로도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이은진/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dms357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