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원작 ‘헛간을 태우다’를 영화화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원작 ‘헛간을 태우다’를 영화화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
세계 최대 국제경쟁 영화제인 제71회 칸 국제영화제가 8일(현지시간)부터 12일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이란 출신 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에브리바디 노우즈’다. 할리우드 스타 커플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 부부를 기용해 스페인에서 촬영한 이 작품은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여성이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만나면서 겪는 일을 그린 스릴러다. 파르하디는 2012년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2016년엔 ‘세일즈맨’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각각 받았다. 이번 영화제에선 개막작을 포함해 총 21편이 경쟁부문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이창동의 ‘버닝’과 고레에다 히로카즈(일본)의 ‘만비키 가족’, 지아장커(중국)의 ‘애시 이즈 퓨어스트 화이트’ 등 한·중·일 주요 감독의 영화 3편을 비롯해 아시아 영화 8편도 이 경쟁부문에 포함됐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 연출한 총 6편 중 5편을 칸영화제에 출품해 2007년 ‘밀양’의 경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10년 ‘시’는 각본상을 수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원작 ‘헛간을 태우다’를 옮긴 신작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난 뒤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뤘다. 이 감독은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무력감과 분노를 품은 젊은이들이 일상에서 미스터리와 마주하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고레에다의 ‘만비키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도둑질로 연명하는 가족이 한 소녀를 집으로 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지아장커의 ‘애시 이즈 퓨어스트 화이트’는 조직 폭력배와 무용수 사이의 사랑을 그렸다.

1980년대 러시아에서 록그룹 ‘키노’를 이끈 빅토르 최(1962∼1990)의 음악인생을 조명한 러시아 영화 ‘레토’도 화제작이다. 러시아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가 연출하고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했다.

프랑스 누벨바그 거장 장뤼크 고다르의 ‘이미지의 책’, 미국 감독 스파이크 리의 ‘블랙 클랜스맨’ 등 유명 감독의 신작과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터키의 거장 누리 빌게 제일란의 ‘더 와일드 피어 트리’, 심사위원 대상 수상자인 이탈리아 마테오 가로네의 ‘도그맨’ 등도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여성 감독 작품은 3편이 포함됐다. 쿠르드족 여성 부대원 이야기를 그린 에바 위송(프랑스)의 ‘걸스 오브 더 선’, 나딘 라바키(레바논)의 ‘가버나움’, 알리체 로르바케르(이탈리아)의 ‘라자로 펠리체’ 등이다.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 이후 25년 만에 황금종려상 여성 감독 수상자가 나올지 주목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