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소설' 지현우 "선과 악 오가는 반전매력 제대로 보여드릴게요"
“20대엔 연기를 못하거나 작품 흥행에 실패해도 인기의 힘으로 활동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연기를 못하면 관객들이 받아줄 이유가 없는 연차가 됐습니다. 부담은 있지만 열심히 하고 있는 이유죠.”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살인소설’로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배우 지현우(33)의 말이다. ‘살인소설’은 서스펜스 스릴러다. 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지명돼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경석(오만석 분)이 유력 정치인인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려고 들른 별장에서 수상한 청년 순태(지현우 분)를 만나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는 24시간을 그렸다. 지현우는 말과 행동, 어느 것 하나 믿을 수 없는 순태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전에 해본 적 없는 역할이라 좋았습니다. 그동안 너무 바른 이미지의 연기만 했으니까요. 행동보다는 말로 캐릭터의 성향을 드러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얘기를 끌고 가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목소리를 낮춰보거나 일부러 오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나갔죠.”

영화에서 지현우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하는 미소를 유지하면서도 비열하고 부패한 정치인을 사지로 몰아넣는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거짓말로 일관하는 상대에 맞서 더 큰 거짓말로 응수하며 선과 악을 오가는 모습이 신선하다.

지현우는 밴드 ‘더 넛츠’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던 중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 ‘메리대구 공방전’(2007) ‘달콤한 나의 도시’(2008)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국민 연하남’으로 떠올랐다. 최근 작품에서는 색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송곳’(2015) ‘도둑놈 도둑님’(2017) 등에서는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일부러 그런 작품이나 캐릭터를 원한 것은 아닙니다. 톱 배우가 아니어서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수가 제한돼 있어요. 작품을 놓쳤다가는 오래 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죠. 자칫하면 영영 멀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서 쉬지 않고 일합니다.”

20대 스타 시절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다음 작품을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무서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조연이나 단역 배우들은 대사 한마디를 위해 수백 번씩 연습합니다. 그런데 대사가 많다는 이유로 주연 배우가 한 신을 대충 넘겨버리면 예의가 없는 거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됐죠. 사실 예전엔 저 자신 말고는 다른 생각을 못 했거든요.”

달라진 태도는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바뀌었다. ‘살인소설’을 찍으면서 그는 현장을 떠나지 않고 연기만 생각했다. 대사를 여러 번 녹음하고 계속 들으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연기 호흡을 맞춘 오만석이 “(지현우가) 대본 전체를 다 꿰고 있어서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15년차 배우인데 아직도 작품에 들어가려면 신인처럼 긴장된다고 그는 털어놨다. 열심히 준비해서 연기한 뒤에도 ‘맞게 한 걸까’라는 의심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걸리적거리지 않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전체적인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튀어나오는 때가 있잖아요. 시청자나 관객이 작품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는 배우가 되면 안 되겠죠.”

글=현지민/사진=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