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돌아온 멜로킹 소지섭
“오래 연기를 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예쁘게 보이는지 알겠어요. 하지만 아직은 그런 계산을 하며 연기하고 싶지 않아요. 촬영하는 매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캐릭터에 몰입하니 실제로 설?고, 괜히 긴장도 되더라고요.”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배우 소지섭(40)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년 후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과 아들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소지섭은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우진 역을 맡았다. 엉성하고 서툰 소지섭의 모습이 신선하다.

“어릴 땐 저의 실제 모습이 캐릭터에 투영되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발가벗고 선 기분이었거든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저와 비슷한 성향의 캐릭터를 연기하면 마음이 편해요. 이번 작품에서도 우진이와 닮은 점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다고 한다. 미혼인 그가 아빠 역을 맡으면 몰입이 안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출연을 결정한 뒤엔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몰입했고,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쏟았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영화를 봐도 잘 안 우는 편인데 이번 영화는 초반부터 많이 울었습니다.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아빠가 운동회에 나타나 아들을 위해 달리는 장면이 가슴 아프더라고요. 불우하게 자랐던 제 어린 시절이 생각나 감정이 격해졌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드니 눈물도 느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

소지섭은 이번 영화에서 20대부터 40대까지의 모습을 연기한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말도 걸지 못하는 어리숙한 청춘부터 아내를 잃고 그리워하며 사는 애틋한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가는 세월을 잡을 순 없더라고요. 20대를 연기할 땐 머리에 피스를 붙여 숱을 풍성하게 만들고 컴퓨터그래픽(CG) 작업까지 하면서 젊어 보이려고 했어요. 40대를 연기할 땐 흰머리를 만들었죠.”

소지섭은 ‘군함도’(2017) ‘사도’(2015) ‘회사원’(2012) 등에서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를 맡아왔다. 그 전엔 숱한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에서 개성 강한 연기로 ‘로코킹’ ‘멜로킹’으로 불렸다. 이번 작품을 통해 멜로킹이 돌아왔다는 반응이다. 소지섭은 “(이젠 저를 언급할 때) 멜로라는 말 자체도 잘 안 쓰인다”며 로맨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했다.

“멜로 영화로 흥행이 힘드니까 시나리오가 귀해요. 이 때문에 멜로 영화를 찍을 때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죠.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사랑 이야기는 계속된다고 생각해요. 이번 영화가 잘돼서 멜로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멜로 장르라는 것 외에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소지섭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처음으로 아빠 역을 맡으며 결혼관까지 바뀌었다.

“멜로 영화를 찍다 보니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작(군함도)을 찍을 때만 해도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아들 역의 김지환 군과 놀다 보니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이젠 결혼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물론 결혼을 해도 아이보다는 아내가 먼저인 남편이 되고 싶습니다.”

현지민 한경텐아시아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