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화제를 모으며 시청률 5%대를 기록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  CJ E&M 제공
큰 화제를 모으며 시청률 5%대를 기록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 CJ E&M 제공
“이마에 착한 사람, 무서운 사람 써붙여 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여기(경찰)도 애매한 사람 꽤 많을 걸요.”

지난 29일 방영된 tvN 드라마 ‘비밀의 숲’ 15회에 나온 대사다. 이 작품에서 선악의 경계는 그 의미를 잃고 만다. 정의를 수호하는 검찰과 경찰은 온갖 비리에 연루돼 있다. 윤세원 서울 서부지검 사건과장(배우 이규형)은 검찰의 비리를 캐는 특임팀에서 황시목 검사(배우 조승우)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살인 사건의 범인이었다. 그런 윤 과장도 다른 사건에선 피해자다. 아들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검찰과 브로커의 거래로 은폐됐다. 윤 과장의 배후엔 서부지검 차장검사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까지 오른 이창준(배우 유재명)이 존재한다. 그는 악한 듯 선하고, 선한 듯 악한 거대한 설계자다.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 묘사

한국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드라마 ‘비밀의 숲’이 30일 막을 내렸다.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된 이 드라마는 빠른 속도감으로 거대한 음모의 결말을 향해 질주한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범인 맞추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시청률도 5%대에 달했다.

이 드라마는 평범한 회사원 출신 이수연 작가의 데뷔작이어서 화제가 됐다. 베테랑 작가만이 선보이던 완성도 높은 추리물을 신인 작가가 썼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의나 악의가 더 강해 보이는 세상에서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꾸준한 걸음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한여진 경위(배우 배두나)를 제외한 등장인물 대부분을 이중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이 작가에게 영감을 준 것은 소설 ‘해리포터’였다. 소설 속 교수 덤블도어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은 이제 옳은 길과 쉬운 길 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작가는 아무도 대놓고 나쁜 길을 선택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옳은 길이 너무 어려워 보이니까 옆에 쉬워 보이는 길로 한 발 살짝 빼는 것일 뿐”이라며 “그 끝엔 완전히 다른 갈래의 길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검사의 독특한 설정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뇌수술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사이코패스와 같은 범인이 아닌 사건을 파헤치는 검사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것이다. 이 작가는 “감정이 없다는 것은 큰 결함이고 비정상이겠지만 정상이라는 사람조차 감정 없는 사람보다 못한 모습으로 많이들 살아간다”며 “그런 점을 대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현실 옮겨온 듯한 취재력

드라마는 권력층 비리를 향해 달려간다. 검찰과 경찰, 기업이 비리의 중심에 있다. 최근 이슈가 된 방위산업 비리도 이 작품에 담겼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설정에 이 작가의 취재력이 더욱 관심을 모았다.

그는 법정물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였다고 소개했다. 이 작가는 “검사를 주인공으로 확정짓고 나선 외부 사건보다 검찰 내부를 파헤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며 “처음엔 법학도서관에 다니며 혼자 썼고 나중엔 연출팀과 보조작가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주역 배우들도 소감을 전했다. 조승우는 “드라마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며 “자랑스럽고 행복했다”고 했다. 배두나는 “사전제작 드라마였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며 “오랜만에 돌아온 안방극장에서 좋은 작품과 함께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