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발광 오피스 (사진=방송캡처)

N포세대 청춘과 직장인들의 현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공감과 대리만족을 이끈 '자체발광 오피스'가 16회를 끝으로 뜨거운 관심 속 종영했다.

지난 4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는 구멍 없는 연기, 탄탄한 대본, 완성도 높은 연출 등 웰메이드 드라마로 자리매김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100번의 입사지원에서 탈락하고 101번째 입사지원만에 계약직으로 '하우라인'에 입사한 은호원(고아성 분)을 중심으로 청장년이 직장에서 겪는 다채로운 모습이 담겨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했다.

우선 '자체발광 오피스'는 2016년 MBC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정회현 작가의 입봉작이다. 정회현 작가는 발상의 전환으로 신선한 설정에서 이야기를 풀어냈다. 계약직 여직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을 중의 을'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한부라는 생각에 슈퍼을로 거듭난다는 신선한 설정과 "사람은 누구나 다 저승사자 문밖에 세워두고 사는 거다", "목구멍이 포도청이 왔지", "자기 가치는 자기가 증명하는 겁니다" 등 공감을 이끄는 명대사를 쏟아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취업준비생의 애환은 물론이고 중견 관리직의 어려움, 여성 직장인의 고통까지 실감나게 그려냈다. 현실적인 에피소드와 시청자들의 주변에 있을 법한 캐릭터가 어우러져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로맨스까지도 현실적이었다. '호우커플' 호원과 서우진 부장(하석진 분), '도하커플' 도기택(이동휘 분) 하지나 대리(한선화 분)의 로맨스조차도 현실감을 잃지 않아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또한 '자체발광 오피스' 전체를 관통하는 힘에는 '은폭탄'이라는 별명을 얻은 호원이 있었다. 회사에서 가장 말단, 그것도 계약직에 불과한 호원이 상사의 부당함에 대해 늘 대차게 "아니오"를 외치며 통쾌한 갑을 전복을 이끌어낸다. 상사의 부당거래를 고발하기도 하고 회사에서 잘리기도 하지만 만년 취준생일 때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해 나가는 그의 방식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돌고 돌아 새로운 가능성들을 만들어낸다.

결국 '은폭탄'은 회사 입장에서는 질서를 깨트리는 위험한 존재이지만 계산하지 않고 정의로운 마음으로 행동하는 너무나 착한 캐릭터이다. '자체발광 오피스'가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줬던 대목이 바로 그런 폭탄들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맺어냈다는 점이다. 무한 경쟁에 지치고 불신에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캐릭터가 창조됐다.

무거운 현실을 다루지만 '자체발광 오피스'가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았던 것은 연출의 힘이었다. 호원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만화적 상상력들이 섬세하게 살아났다. 호원이 면접을 보며 마음 속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미니 호원'이 등장해 실제 호원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식이다.

호원이 다시 회사에 들어올 때, 직원들이 투표를 하는 설정에서 호원이 누가 찬성표를 던졌을지 가늠해 보는 장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평가 시기에 자신의 평가 기준에 점수를 매겨보는 장면, CSI를 연상케 하는 장면 등 위트 있는 연출이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여기에 고아성-하석진-이동휘-김동욱-이호원-장신영-한선화-권해효-김병춘-오대환-박세완-김희찬 등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연기가 '자체발광 오피스'의 화룡점정이었다. 고아성은 평소에는 수줍고 착한 20대 이지만 부당한 일 앞에서는 눈빛이 달라지며 똘끼 충만한 호원을 스펙트럼 넓은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며 '리얼 은호원'을 창조해냈다.

하석진은 츤데레 서우진 부장의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극 초반 거친 언행과 살벌한 레이저 눈빛으로 '독세치(독한 세치 혀)'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극중 호원으로 인한 우진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했다. 하석진은 고아성을 바라보는 꿀 눈빛과 허당매력으로 여심을 뒤흔들었고 '츤데레' 캐릭터 1인자임을 다시 인정을 받았다.

이동휘는 깨알 애드리브와 울컥하는 감정연기를 오가며 삶의 애환을 담담하게 시청자들에게 전했고 김동욱은 미스터리한 훈남 의사에서 통수 금수저로 극적인 반전을 이끌며 끝까지 흥미진진한 전개를 책임졌다. 뿐만 아니라 이호원과 한선화는 배우로서 약진해 눈길을 끌었다.

장신영은 '유리천장'이라는 현실에 부딪혀 현실과 타협하려고 하는 여성 직장인의 모습을 공감가게 그려냈다. 또한 오대환은 독보적인 코믹 애드리브 연기와 살벌한 진상연기를 오가며 신스틸러의 위엄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허구동 과장 역의 김병춘, 신입사원 오재민 역의 김희찬, 한정태 본부장 역의 이윤상, 본부장 비서 이꽃비 역의 박세완 등 리얼한 직장인들의 모습과 저마다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내 반짝반짝 빛났다.

무엇보다 권해효의 '현실 개부장' 연기는 극의 리얼함을 더하는 최고의 재료였다. 때로는 비열하게, 때로는 인간적으로 박상만 캐릭터를 그려내 미워할 수 없는 밉상 부장에 등극했다. 특히 사주의 아들인 서현(김동욱 분)이 갑자기 본부장으로 등장하자 옷깃을 여미며 자세를 바로잡는 등 디테일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했다.

이처럼 '자체발광 오피스'는 첫 회에서 시청자들을 울린 '고봉밥'처럼 치열하고 고단한 현실 속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한끼 같은 드라마였다. 특히 마지막회에서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작은 용기를 낸 사람들이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벅찬 희망과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편 '자체발광 오피스'는 계약직 신입사원의 갑을 체인지 오피스 입문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고승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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