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김하늘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여교사' 김하늘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영화 '여교사'(김태용 감독)는 배우 김하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작품으로 남게 됐다.

남학생과 여교사의 사제간 로맨스를 그린 이 영화는 김하늘이 늘 대박을 냈던 장르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한경닷컴과 만난 김하늘은 "배우라는 이름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시점"이라면서 "오히려 뭔가 도전해보고 싶었다"라고 작품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김하늘은 수많은 트렌디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가련하게 대중 앞에 섰다. 올해로 데뷔 21년을 맞은 그는 이제서야 내면의 '그늘'을 연기화 하기로 했다.

"흥행에 목이 말랐다면 로맨틱 코미디를 하면 됩니다. 예전보다는 적어졌지만 아직까지 시나리오가 들어오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연기적 범위를 넓히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그래서 경험하지 못했던 캐릭터들에 눈이 간 것 같아요."

김하늘이 연기한 계약직 여교사 효주는 이사장 아빠를 등에 업고 정규직으로 들어온 혜영(유인영)에 대한 열등감에 휩싸인 인물이다.

효주는 제자 재하(이원근)와 혜영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알게 되고 그 패를 이용해 혜영을 압박한다. 위계적인 사회에서 건조한 삶을 살던 효주는 도리어 재하가 남자로 접근해 오자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여교사'를 촬영하는 동안 김하늘은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이 같은 심리 드라마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느껴보지 않았던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에 희열감을 느꼈습니다. 배우로서는 신선한 작업이었지만 인간 김하늘은 힘들었어요. 모멸감이 드는 대사들이 많았거든요. 효주의 감정선을 표현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싫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영화는 두 여교사와 남고생이라는 설정은 '치정극'이라는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흙수저, 금수저들의 계급적 대립이라는 사회적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교사'라는 제목 자체에서 오는 야한 늬앙스라 있나 봐요. 문구 자체가 파격적이라 그렇지, 대본을 보면서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단지 '포장'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김태용 감독도 대중의 이런 시선을 몰랐다고 해요. 베드신과 같은 경우 영화에 내포된 메시지가 희석될까봐 수위조절까지 했습니다. '야한 영화'로 치부되는 점은 속상해요."
'여교사' 김하늘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여교사' 김하늘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김하늘에게 촬영 현장이란 "더 이상 앙탈부리면 안 되는 곳"이다. 어엿한 선배 연기자로, 후배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스무 살에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친구들은 '넌 일찍 그만둘 거야'라고 악담 같은 농담을 하기도 했죠. 사실 성격이 좀 내성적이거든요. 작품 하나, 하나 하면서 연기하는 즐거움, 나를 표현하는 재미를 알게 됐습니다. 그런 상황 안에서 성격은 변했어요.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요."

김하늘은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고 했다. 하나의 이미지에 고착화되지 않고 스펙트럼이 넓은 연기자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제대로 까불거리는 연기 해보고 싶어요. 슬리퍼를 끌면서 등장하는 동네 언니 같은 그런 역할 말이죠. 올해도 남자 배우 위주의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여배우들끼리 뭉쳐서 뭐라도 하나 해야겠어요. 그러려면 저도 '여배우'로서 제 자리를 잘 지키고 하겠죠?"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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