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강동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스터' 강동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는 '권선징악'(勸善懲惡) 혹은 '인과응보'(因果應報) 구도가 뚜렷하다.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영화 속 메시지는 그러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이상적이다.

'마스터'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권선징악을 판타지처럼 표현한다. 그 중심에 배우 강동원이 있다.

그는 영화 속 정의가 너무 가볍고 허황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모든 영화가 심오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까페에서 강동원을 만났다.

"'마스터'는 접근성이 쉬운 오락 영화입니다. 촬영 때 너무 웃고 있다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이 정도 까지 통쾌하게 결말이 나오는 영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와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가 연기한 김재명은 사법고시를 패스한 명석한 두뇌와 어떤 억압에도 굴복하지 않는 강한 신념을 가진 경찰이다. 김재명은 사기 행각과 부정부패를 일삼는 '원네트워크' 진현필 회장(이병헌)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경찰이 범죄자를 끝까지 쫓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사실 경제사범의 경우, 글쎄요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현실에 없는 경찰 모습이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대중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겠고요."
'마스터' 강동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스터' 강동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에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캐릭터는 진현필과 박장군(김우빈)이다. 강동원이 맡은 김재명은 감정의 진폭이 낮고 전달자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임팩트가 작다고 느낄 수 있다.

"사실 뭘 해야 관객이 감정을 따라 올텐데 폭발시키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고민이 많았죠. 저까지 욕심냈다면 영화가 산으로 갔을 거예요. 이런 연기가 어렵다고들 만류했었는데 실제로 느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입체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강동원은 김재명을 연기하기 위해 체중을 10kg가량 늘렸다. 촬영 수개월 전부터 복싱 트레이닝을 받았고 위험천만한 카체이싱 장면도 직접 소화했다.

"감독에게 카체이싱은 직접 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습니다. 평소에 매일 운동을 하던 사람이 아니니까 힘들긴 했어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죠. 제작비가 충분했다면 더 멋지게 찍었을 거예요."

40대 이병헌, 30대 강동원, 20대 김우빈의 호흡은 영화 매 순간마다 빛을 발했다. 팽팽한 에너지와 재기 넘치는 위트,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후반부로 치닫을 수록 이야기에 힘을 싣고 시너지를 발휘했다.

"이병헌 선배와의 촬영에 기대가 많았습니다. 어떻게 촬영하는지 살펴보곤 했죠. 천생 배우 하려고 태어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빈이 역시 타고 난 게 있죠."
'마스터' 강동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스터' 강동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로 데뷔 13년, 강동원의 필모그래피는 20편의 크고 작은 영화들로 채워져 있다. '군도: 민란의 시대'(2014) 속 관리, '검은 사제들'(2015)의 사제, '검사외전'(2016) 사기꾼 까지 다양한 캐럭터를 연기해왔다. 작품에서 만난 상대역들은 강동원을 채찍질했다.

"사람마다 장, 단점은 있겠지만 배우로서 보완해야 할 부분은 있다고 생각해요. '군도' 때 조진웅 선배의 성량에 놀랐죠. 그 덕에 발성 공부를 3년째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병헌 선배, 김우빈을 보면서 딕션(발음)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강동원은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뉴스를 챙긴다. 시간나면 신문을 보는 게 취미이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예전에 사기를 당해본 적 있어요. '마스터'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던 이유 중 하나죠. 더 이상 나쁜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해요. 후세에게는 똑같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싶거든요."

강동원은 브라운관에서 보기 힘든 배우 중 하나다. 2004년 '매직' 이후로 드라마 출연을 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안방극장 시청자를 만날 준비가 됐다고 했다.

"예전 드라마 촬영 때 워낙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캐릭터 준비할 때 공을 더 들이고 싶은 마음에 영화를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요즘은 사전제작도 많이 하고 현장 상황도 나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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