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C&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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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기에 종영에 대한 섭섭함은 없어요. 시원합니다.”

배우 김하늘(38)이 ‘멜로퀸’의 저력을 보여줬다. 김하늘은 지난 10일 종영한 KBS2 월화 드라마 ‘공항 가는 길’(극본 이숙연, 연출 김철규)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공항 가는 길’은 인생의 두 번째 사춘기를 겪는 두 남녀를 통해 공감과 위로, 궁극의 사랑을 보여준 감성 멜로드라마. 김하늘은 극중 경력 12년차 베테랑 승무원 최수아 역을 맡아 새로운 사랑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모습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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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방송 전부터 ‘불륜’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김하늘의 열연과 감각적인 연출이 더해지면서 우려는 호평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최수아와 서도우(이상윤 분)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마니아층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시청률도 9.3%(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김하늘은 “이상윤 씨와 나는 최수아와 서도우가 안 이뤄지는 게 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대본을 보니까 흐름이 우리 생각과 딱 맞았다”며 “어떤 드라마의 결말보다 만족스러웠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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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호평을 받았지만 사실 김하늘은 힘들었다고 했다. 최수아의 캐릭터 설정도 그랬고, 실제 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 동화 같은 대사를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인물 설정을 잘못했다가는 지루할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하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극중 딸 효은이(김환희 분)와 있을 땐 철없고 친구 같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아무래도 딸이 있는 엄마의 역할이 처음이어서 어색하더라고요. 초반엔 고생 좀 했죠.(웃음) 대사도 어려웠습니다. 드라마를 마친 뒤 ‘작가님 미워요’라고 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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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결혼한 김하늘은 시청자들과 연예계에서 결혼 후 연기가 더욱 풍부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하늘도 “연기에 변화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결혼하고 나서 첫 작품이라고 하니 거창한데,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똑같고 변함이 없다”며 “다만 결혼 후 안정되고 편하니까 연기가 다르게 표현되는 게 있는 것 같다. 결혼하기 전의 연기와는 좀 다르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1996년 한 브랜드 전속 모델로 데뷔한 김하늘은 그간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데뷔 초 청순가련한 이미지에서 MBC ‘로망스’, SBS ‘신사의 품격’ 등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거듭났다. SBS ‘피아노’, MBC ‘90일, 사랑할 시간’, ‘공항 가는 길’ 등을 통해선 성숙한 멜로의 주인공을 연기했다.

“멜로 연기는 어렵고 깊고 처절해요. 과거 멜로 연기를 통해 저 스스로 많은 것을 발견했어요. 캐릭터에 오롯이 빠지면 제가 모르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피아노’를 연기할 때는 20대 초반이었고, ‘90일, 사랑할 시간’을 할 땐 20대 중·후반 그리고 ‘공항 가는 길’은 30대 후반에 연기했습니다. 약 10년마다 이런 깊이 있는 작품을 하는 건 제게 큰 의미가 있어요.”

어느덧 40대를 바라보는 배우 김하늘은 여유가 넘쳤다. “배우로서 고민은 없어요. 지금까지 나이에 맞게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잘해왔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나이 들면서 맞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물론, (나이 드는 게) 여자로서는 싫어요, 호호.”

현지민 한경텐아시아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