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와 동유럽 검토…"'꽃보다 누나'는 후속편 미정"

"선생님들의 상황이 가능하면 언제든 모시고 갈 생각을 하고 있죠. 늘 그렇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tvN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삼시세끼'는 나영석(40) PD의 원조 배낭여행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에서 탄생했다.

'꽃보다 할배'에서 국민 짐꾼이 된 이서진의 서툴지만 성실한 요리 잠재력을 알아본 나 PD가 이를 살려보려고 만든 프로그램이 '삼시세끼'다.

나 PD는 2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꽃보다 할배'에 대한 강한 애착을 내보였다.

그는 "하지만 워낙 고령이시라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조심스럽게 검토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나영석 PD "'꽃보다 할배'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준비"
◇ "네 할배, 건강에는 문제 없어"

2013년 '꽃보다 할배'가 첫선을 보인 당시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평균 연령은 74세였고, 내년이면 78세가 된다.

이들 네 명의 할배는 당시 나이도 잊은 채 프랑스·스위스·대만(2013년 7~10월), 스페인(2014년 3~5월), 그리스(2015년 3~5월)를 종횡무진 누비며 웃음과 짠한 울림을 선사했다.

나 PD와 함께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의 연출을 맡아온 양정우 PD도 "올해는 (꽃보다 할배를) 쉬었지만 제작팀이 너무너무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양 PD는 "어르신들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걸로 안다"며 "다만 예전에도 여행을 갈 때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시는 게 느껴졌고 한해 한해가 다르신 거 같아 전보다 더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네 명의 할배들은 지난 10일 tvN 개국 10주년 기념 시상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하지만 막내 백일섭(72)이 불편한 다리 때문에 부축을 받으면서 무대에 등장해 우려를 샀다.

하지만, 과거 '꽃보다 할배' 방송에서도 퇴행성관절염 때문에 종종 걷기 싫어했던 백일섭은 최근 다리 수술을 받아 회복 중이고 다른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섭은 수술 전인 지난 5월 2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고, 박근형도 지난 7월 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라 건재함을 과시했다.

양 PD는 나 PD를 비롯한 '꽃보다 할배' 제작팀과 함께 두 할배의 연극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현 상황대로라면 내년 중에는 '꽃보다 할배'를 다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여행지로는 쿠바와 동유럽이 우선 거론된다.

양 PD는 "박근형, 백일섭 선생님은 예전부터 쿠바를 가고 싶어 하셨고 이순재 선생님은 동유럽을 가고 싶어 하셨다"면서 "여행지를 정할 때는 제일 먼저 선생님들께 가고 싶은 곳을 여쭤보고 결정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쿠바는 검토를 해봤는데 비행시간이 너무 길고 직항이 없어서 힘들어 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꽃보다 누나'는 할지 말지 미정"

나 PD에게 '꽃보다 할배'의 다른 버전인 '꽃보다 누나'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나 PD는 "글쎄요.

'꽃보다 누나'는 아직 말씀드리기 힘든데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등 네 명의 누나가 짐꾼 이승기와 함께 터키, 크로아티아를 구경한 '꽃보다 누나'는 2013년 말 전파를 탔다.

일각에서는 나 PD가 주로 남성 출연자들과 작업을 해왔던 점을 들어 여성 출연자를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나 PD는 이에 대해 "그런 건 없지만, 아무래도 리얼리티쇼의 특성상 본인의 사생활을 다 보여줘야 해서 (여성 출연자들은) 심정보다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여성 출연자들이 불편해하실 수도 있고 남자들만큼 편하게 하기는 어려워 조금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윤여정(69)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꽃보나 누나' 후속편 출연 여부를 묻는 말에 나 PD가 전작에서 예민한 여배우들 때문에 하도 고생을 해서 안 하려고 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 PD는 "윤여정 선생님과는 워낙 친하니까 농반진반으로 하신 말씀 같다"고 응대했다.

양 PD는 "'꽃보다 누나'를 원조인 '꽃보다 할배'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어려워서 못했다기보다는 굴러가는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바빠서 여력이 안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