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반윙클의 신부',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바다의 뚜껑'

가을을 맞아 감성적인 일본 영화 3편이 국내 관객을 찾는다.

'러브레터'(1995)로 국내에 일본 영화 붐을 일으켰던 이와이 ?지 감독이 오랜만에 장편 극영화를 내놓았다.

순정 멜로 영화로 일가를 이룬 도이 노부히로 감독도 신작을 선보였다.

'상처의 치유'라는 주제를 천착해온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바다의 뚜껑'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국내 관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다음달 29일 개봉하는 '립반윙클의 신부'는 이와이 ?지 감독이 '하나와 앨리스'(2004) 이후 12년 만에 자국에서 만든 영화다.

미국으로 건너가 '뱀파이어'(2011)를 만들기는 했으나, 이 영화는 일본에서 정식 개봉되지 않았다.

'립반윙클의 신부'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파견교사 나나미(구로키 하루)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래닛'에서 '립반윙클'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마시로(코코)를 비롯한 친구들을 사귀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을 그리고 있다.

'러브레터'에서는 편지,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주된 소재로 사용한 ?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현대인의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부상한 스마트폰과 SNS에 주목했다.

?지 감독은 이 이야기를 원래 소설로 쓰다가 영화화하게 됐다고 한다.

'립반윙클'은 미국의 소설가 워싱턴 어빙의 단편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지 감독은 1998년 일본 문화 개방조치 이후 국내에 들어온 '러브레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첫사랑에 대한 애틋하고 아릿한 기억을 담은 이 영화는 국내에서 140만명을 모아 일본 영화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한동안 '오겡키데스카'(잘 지내나요)라는 극 중 대사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만의 영화 스타일을 가리켜 '이와이 미학(美學)', '이와이 월드'란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한 이와이 ?지가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이 어떤 파괴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다음달 21일 개봉하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공부와 담을 쌓은 문제아 사야카(아리무라 가스미)가 긍정의 화신 쓰보타 선생(이토 아쓰시)을 만나 명문대 진학에 도전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실제 주인공인 쓰보타 노부타카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1년 만에 하위 2%였던 성적을 상위 2%로 끌어올리면서 명문 게이오 대학에 입학했다.

에세이는 문제아의 명문대 입학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 일본에서 100만부 이상 팔렸다.

감성적인 이야기꾼인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이 '감동 실화'를 어떻게 스크린에 옮겼는지 기대된다.

그는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만들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로 영화감독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눈물이 주룩주룩'(2006), '하나미즈키'(2010) 등 감성멜로 영화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그의 영화를 자신의 '인생영화'로 꼽는 팬이 적지 않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국내에서 관객 16만7천명, '눈물이 주룩주룩'은 11만3천명을 동원해 다양성 영화로서 흥행에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바다의 뚜껑'은 도시 생활에 지쳐 해안가의 고향 마을로 돌아온 마리(기쿠치 아키코)와 화상(火傷)과 함께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하지메(미네 아즈사)가 빙수 가게를 꾸려 나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서로를 보듬는 두 사람의 우정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영화 '심야식당'(2014)에서 아케미 역을 연기한 모델 출신 배우 기쿠치 아키코가 시원스럽게 당차면서도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마리 역을 맡았다.

'바다의 뚜껑'은 일본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과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분위기를 잇고 있다.

9월 말 개봉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