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삼계탕 등 보양식·냉커피·아이스크림 수시로 제공

"나트륨알갱이와 얼음주머니는 항상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폭염 속 야외 촬영은 어느 드라마나 고역이지만 그중에서도 꼼짝없이 한복을 '단아하게' 껴입고 촬영해야 하는 사극은 더욱 힘겹다.

MBC TV 사극 '옥중화'를 비롯해, 오는 22일 시작하는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연말 방송을 목표로 사전제작 중인 KBS 2TV '화랑: 더 비기닝'이 대표 주자다.

오는 29일 시작하는 SBS TV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와 10월 말 방송 예정인 SBS TV '사임당, 빛의 일기'도 사극이지만 둘 다 사전제작 드라마라 '다행히' 지난 5~6월에 촬영을 모두 마쳤다.

방송가는 "사극은 의상의 특성상 한겨울과 한여름 모두 촬영하기 어렵지만 올여름은 특히 더워서 어려움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 얼음물·아이스박스·손선풍기는 상비
무더운 여름 한복을 입고, 가체를 쓰고, 수염을 붙인 채 촬영하다 보면 금세 땀범벅이 된다.

이 때문에 운동선수도 아니지만 사극 촬영에는 나트륨알갱이와 얼음물, 얼음주머니, 아이스박스가 항상 준비돼 있다.

'옥중화'의 홍보사 더 틱톡의 권영주 대표는 4일 "수분은 물론, 소금 부족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어 현장에 나트륨알갱이와 얼음주머니를 상비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권 대표는 "배우들이 나트륨을 한 줌씩 집어 먹기도 하고, 얼음주머니를 정수리나 얼굴에 댄 채 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감옥인 전옥서가 주 무대인 '옥중화'에서 전옥서 세트는 더위를 피하는 명당으로 떠올랐다.

야외 촬영이긴 하지만 용인에 지어진 전옥서 세트에는 천정이 있어 햇빛을 가려주는 탓에 폭염에는 전옥서가 촬영의 명당자리가 된다.

권 대표는 "너무 더우면 점심시간을 좀 길게 갖는 등의 방법으로 조금씩 쉬어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도 첫방송을 앞두고 폭염과 싸우고 있다.

부여, 담양, 문경, 안성, 수원, 가평, 안동, 공주, 남원, 남양주 등지를 부지런히 돌면서 촬영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전체 18부 중 6부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
홍보사 블리스는 "배우들에게 손선풍기는 필수"라며 "촬영현장에 얼음물과 아이스박스는 상비한다"고 전했다.

'화랑 :더 비기닝'의 경우는 사전제작이라 더위에 좀 쉬어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제작사 오보이프로젝트는 "이달 말 무조건 촬영을 끝내야 하는 일정이라 더위로 인해 스케줄 조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안성과 수원 세트, 경주와 문경 등지를 돌며 촬영하는 이 드라마도 나트륨알갱이 등을 상비해놓고 더위와 싸우며 막바지 촬영 중이다.

◇ 삼계탕·팥빙수 먹고 합니다
'옥중화'의 주인공 고수는 최근 복날을 맞아 촬영장에 삼계탕 200인분을 선물했다.

배우들이 종종 자신의 촬영장에 밥차, 음료수차를 제공하지만 요즘 같은 폭염에는 그 메뉴가 삼계탕이나 장어구이 등 보양식으로 바뀐다.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더위를 잊고자 아이스크림 사기 가위바위보를 하는 광경이 자주 목격되기도 한다.

지난 2일 '구르미 그린 달빛' 안성 세트장에는 주인공 박보검의 팬들이 보낸 밥차가 배달됐다.

메뉴는 등심스테이크, 장어구이, 다양한 종류의 초밥 등 200여 인분에 달하는 즉석요리 메뉴와 아이스 커피, 아이스크림으로 구성됐다.

박보검의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는 "연일 최고 기온을 웃도는 무더운 여름, 현장에서 함께 고생하는 전 스태프와 출연진들을 위해 팬들이 한마음 한뜻을 모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배우들의 팬도 있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인터넷 갤러리 팬들도 현장에 커피와 팥빙수 등을 수시로 보낸다.

박형식, 최민호, 김태형, 오운 등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화랑 : 더 비기닝'에는 먹을 게 더욱 풍성하다.

제작사는 "아무래도 아이돌 스타들이 출연하다 보니 팬들이 보낸 밥차나 커피차가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화랑 : 더 비기닝'의 주인공 박서준의 소속사 키이스트는 "팬들이 삼계탕과 팥빙수 등을 촬영장에 종종 보내준다"고 밝혔다.

이어 "워낙 이동거리가 많아서 주로 차에서 더위를 피하고, 너무 더우면 좀 쉬었다가 촬영하는 방식으로 현장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