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의 대작 영화가 주도하는 올여름 극장가에 여주인공을 앞세운 두 영화 ‘덕혜옹주’(허진호 감독)와 ‘국가대표2’(김종현 감독)가 3일과 10일 각각 개봉한다. ‘덕혜옹주’는 조선 마지막 황녀인 고종 황제 딸의 삶을 감동적으로 복원했고, ‘국가대표2’는 한국 첫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비화를 흥미롭게 들춰냈다.

두 영화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비극의 현장으로 관객들을 데려가 눈물을 흘리게 하는 공통점도 지녔다. ‘덕혜옹주’는 국권을 상실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조선의 슬픈 역사를 비운의 마지막 황녀를 통해 상기시키고, ‘국가대표2’는 분단의 비극을 탈북 선수를 통해 전달한다.

두 영화의 주인공 손예진(34·덕혜옹주)과 수애(36·국가대표2)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각각 만났다.

극장가 여풍이 분다…'덕혜옹주' 손예진·'국가대표2' 수애 인터뷰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연기한 손예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사적 인물의 일대기라는 게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덕혜옹주는 흔들리지만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아프면서도 아프지 않게 보이도록 애쓰는 인물이었어요. 지금도 덕혜옹주를 생각하면 울컥하고 마음이 아파요.”

극중 고종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덕혜옹주는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올라 고국을 그리워하던 중 어린 시절 친구로 지낸 장한(박해일)을 만나 영친왕 망명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덕혜옹주는 일제에 온몸으로 저항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손예진은 영화 제작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시대극이라 자본이 많이 필요했지만, 충분한 자금이 모이지 않았어요. 스케일을 좀 더 키우려면 제작비가 더 필요했어요. 왠지 영화가 잘될 것 같기도 했어요.”

손예진은 박해일과의 호흡이 좋았다고 했다. 촬영 현장에서 박해일은 진지하면서도 유머가 넘쳤다고 했다. 그런 여유와 유연함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자신도 예전에는 자기 배역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2001년 데뷔 후 16년차를 맞은 이제는 다른 사람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나이 먹고 오지랖이 넓어지면서 성숙했다고 할까요. (연기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다양해졌어요. 어릴 때는 좁고 얕아 한 가지만 찾았거든요.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책임감과 긴장감은 예전보다 더 커졌어요. 지금은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는지도 생각하니까요.”

극장가 여풍이 분다…'덕혜옹주' 손예진·'국가대표2' 수애 인터뷰
◆평소와 정반대로 걸음걸이 바꾼 수애

“의상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나 봐요. 국가대표 복장을 하니까 가슴이 벅차더군요. 그런 감정이 영화에 묻어난 듯 싶어요. 스포츠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동료애에 남북한 자매의 애틋한 사연까지 더해져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거예요.”

‘국가대표2’에서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 출신 이지혜 역을 해낸 수애의 소감이다. 영화는 전편처럼 오합지졸로 구성한 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에 나서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개개인의 아픈 사연을 들려주는 장면들에서 관객은 눈시울을 붉힌다.

“국가대표 일곱 명 모두가 주인공이에요. 저 혼자 많이 짊어져야 했던 이전 영화들보다 부담이 적었어요. 북한에 두고온 동생에 대한 마음을 간직하고 쌓아가며 연기했어요. 실제 동생을 생각하면 애틋한 감정이 올라와요. 가족들한테 이 영화를 꼭 보여주고 싶어요.”
극장가 여풍이 분다…'덕혜옹주' 손예진·'국가대표2' 수애 인터뷰
촬영 현장은 고됐다. 배우들은 아이스하키를 배우는 동안 수없이 넘어져 타박상을 입었다. 어깨 탈골, 무릎 부상, 연골 파열 등 환자가 줄줄이 쏟아졌다. 하지만 누구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스하키를 3개월 만에 배워야 했어요. 평소 인라인스케이트를 한강에서 종종 탔지만 빙판에서는 날로 몸을 지탱해야 하니까 중심잡기도 어려웠어요. 하루 2~4시간씩 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하는 연습을 했어요. 평상시 제 걸음과는 정반대로 걷고 호흡 동작까지 바꾸면서 여성스러움을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