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휩쓴 힙합 뮤지컬 '해밀턴'…관람료 100만원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꼽히는 알렉산더 해밀턴(1755~1804)이 뮤지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해밀턴의 삶을 다룬 힙합 뮤지컬 ‘해밀턴(Hamilton·사진)’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비컨극장에서 열린 제70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최우수작품상·남자주연배우상·감독상·음악상·의상상·조명디자인상 등 11개 상을 휩쓸었다. 2001년 ‘프로듀서스’가 세운 12관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상 기록이다. 올해 이미 그래미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이 작품은 이번 토니상에서 역대 최다인 1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로 토니상 4관왕을 달성한 극작가 겸 배우 린 마누엘 미란다가 극작은 물론 작사, 작곡하고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까지 한 작품이다.

미란다는 휴가지에서 우연히 해밀턴 평전을 읽다가 그의 파란만장한 삶에 빠져들었다. 카리브해 외딴 섬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해밀턴은 뉴욕으로 입양된 뒤 미국 독립혁명에 가담했다. 조지 워싱턴의 오른팔이 돼 미국 초대 재무장관 자리에 오르지만, 49세인 1804년 당시 부통령이던 애런 버와의 결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미란다는 ‘시대의 풍운아’ 해밀턴의 삶이 힙합 정신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영웅들의 건국 신화를 R&B, 재즈 등을 가미한 힙합으로 승화시킨 이유다. “나는 이 나라와 똑같았지/어리고, 허접하고, 배고팠지/난 나에게 찾아온 한방을 놓치지 않을 거야! (Hey yo, I’m just like my country / I’m young, scrappy and hungry / And I’m not throwing away my shot!)”라는 대사가 작품의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공연에선 흑인과 히스패닉 배우들이 독립혁명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고루하고 나이 많은 역사 속 백인들’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오늘날 미국의 젊은 세대 같은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다. 미란다도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히스패닉계 미국인이다.

이 작품의 관람권은 내년 1월 공연까지 일찌감치 매진됐다. 취소표를 구하기 위해 ‘밤샘 노숙’을 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암표상과 위조표가 판을 치자 제작사는 내년부터 프리미엄 좌석 200석의 가격을 479달러에서 849달러(약 99만5000원)로 인상했다. 브로드웨이 사상 최고가다.

하지만 이 작품이 한국에서 공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북 오브 몰몬’만큼이나 미국적인 작품이고, 가사 전체가 언어 유희와 라임이 살아있는 힙합 뮤지컬이라는 점 등에서 국내에서 한국어로 공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