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센 "사랑이 뿜어내는 폭발적인 감성 보여줄게요"
지난 20여년간 수많은 바로크 오페라에 출연한 이탈리아의 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센(사진)은 비발디 작품을 좋아한다. 오는 1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국립오페라단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에서 오를란도 역을 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비발디 작품 출연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그런 센에게도 이번 오페라는 큰 도전이다. 아시아 초연일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공연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2003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100여년 만에 공연된 적이 있지만 그때 영상이 남아있지 않아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하나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영웅 오를란도와 마녀 에르실라를 중심으로 팽팽한 대결이 펼쳐지고, 수많은 사랑이 얽히고설키는 작품이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다. 센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선처럼 이어지는 다른 오페라와 달리 비발디의 작품은 각 장면이 개별 이야기를 이루고 복잡하게 엮여 있다”며 “7각 관계에 달하는 사랑과 갈등이 그려지는 이 작품은 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발디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얘기다. 센은 “낯설지만 나만의 영웅을 표현할 기회”라며 “이번 무대가 오페라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기 때문에 벅찬 환희를 느끼며 연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를란도는 서유럽의 통일을 이끈 신성로마제국 샤를 대제의 열두 기사 중 한 명이다. 그런데 그에게서 용맹한 영웅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순수한 시골 청년의 느낌이 강하다. 때론 칠칠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그가 한순간 저돌적이고 강인하게 변한다. 사랑하는 여인 안젤리카가 마녀 에르실라의 성에 갇힌 것을 알고 나서다. 오를란도는 에르실라를 향해 묵직하면서도 강렬한 아리아를 부른다. “아무리 독을 숨기고 있어도 너의 정체를 알고 있다. 사나운 뱀이 가슴에 독을 품고 있더라도 너의 마음보다 독하진 않을 것이다.”

센은 이 같은 변화의 순간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묶고 있던 사슬마저 다 끊어버리며 뿜어내는 폭발적인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21일까지, 2만~12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