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경쟁부문 초청…황금종려상 놓고 거장 작품 21편 경쟁

세계 최고의 영화제인 칸 영화제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12일 일정으로 열린다.

올해로 69회인 칸 영화제의 공식 장편 경쟁 부문에는 각국 거장 감독의 작품 21편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특히 한국영화로는 4년 만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경쟁 부문에 초청돼 어느 때보다 영화팬들의 관심이 높다.

◇ 심사위원 대상· 심사위원상 받은 박찬욱 이번에는?
박 감독은 앞선 2차례 초청에서 모두 수상해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한국영화는 2012년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을 끝으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맥이 끊겼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2등상 격인 심사위원 대상을, 2009년에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연거푸 받았다.

2004년 당시 황금종려상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이 차지했다.

'화씨 911'은 이라크전을 벌인 부시 대통령 일가를 비판한 다큐멘터리로, 미군의 이라크전 포로 학대 파문과 맞물려 영화제 내내 화제를 모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드보이'가 작품으로서 최고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박 감독이 새롭게 내놓은 영화는,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 코우즈키(조진웅)의 보호를 받는 히데코(김민희), 그리고 그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백작(하정우)과 하녀(김태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한국과 일본, 유럽이라는 이질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칸의 심사위원들에게 호소할 여지가 적지 않다.

경쟁 부문 외에도 주목할 만한 한국영화가 세계인들에게 선보인다.

나홍진 감독의 세번째 영화 '곡성'은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그의 데뷔작 '추격자'(2008)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전작인 '황해'(2010)는 주목할 만한 시선에 각각 초청된 바 있어 나 감독이 연출한 세 작품 모두 칸의 부름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칸 영화제가 나 감독의 작품을 주목하고 있어 앞으로 나 감독이 경쟁 부문에 초청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장편 연출 데뷔작 '부산행'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제66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바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인 박영주 감독의 '1킬로그램'은 학생 단편영화 중심의 국제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이름을 올렸다.

◇ 다르덴 형제, 황금종려상 3회 수상 업적 달성하나
박찬욱 감독이 칸 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노리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만만치 않다.

우선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2005)로 2번 받았던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가 이번에 '언노운 걸'로 3회 수상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최다 수상은 2회로, 수상자는 다르덴 형제를 비롯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에미르 쿠스투리차, 이마무라 쇼헤이, 미하엘 하네케 등 7명에 불과하다.

영국의 좌파성향의 켄 로치 감독이 2006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이어 10년 만에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로 황금종려상 수상에 도전한다.

그는 '엔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로 2012년에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다.

칸의 '단골손님'인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 역시 '바칼로레알'로 두번째 황금종려상을 노린다.

문주 감독은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2007년 황금종려상을, '신의 소녀들'로 2012년 각본상을 받았다.

황금종려상의 첫 수상을 노리는 칸의 거장들도 적지 않다.

심사위원 대상을 두번이나 받은 브루노 뒤몽은 '마 루트'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으로 감독상은 받았던 스페인 출신의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사고로 남편을 잃고 딸에게 의지하는 여성을 그린 '줄리에타'를 출품했다.

짐 자무시 감독은 신작 '패터슨'으로 첫 수상의 영예를 안을지 기대된다.

그는 '천국보다 낯선'(1984)으로 황금카메라상을, '브로큰 플라워'(2005)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드라이브'(2011)로 감독상을 받은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잔혹한 호러영화인 '네온 데몬'으로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배우로 잘 알려진 숀 펜은 '라스트 페이스'란 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 여든을 바라보는 폴 버호벤 감독은 신작 '엘르'로 칸 영화제를 찾는다.

경쟁 부문 영화를 심사할 심사위원단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로 노익장을 과시한 조지 밀러 감독이 이끈다.

발레리아 골리노, 도널드 서덜랜드, 매즈 미켈슨, 바네사 파라디 등 배우와 헝가리의 라즐로 네메스 감독, 프랑스의 아르노 데플레솅 감독도 심사에 나선다.

개막작으로 우디 앨런 감독의 '카페 소사이어티'가 상영된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