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에게는 동시대를 살았던 다른 바로크 작곡가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정화(淨化)’의 이미지가 있다. 관객은 그의 음악을 들으며 감각이 정제되고 논리가 정연해지는 경험을 한다. 연주자 중에도 바흐의 곡을 연주할 때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는다는 이가 많다. 꽃샘추위가 가시고 한 해의 연주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3월에 바흐 전곡(全曲) 연주회가 유독 많은 것도 그래서일까. ‘바흐의 도시’인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온 오케스트라, 합창단부터 독주 리사이틀에 이르기까지 바흐 공연이 풍성하다.
오는 15~16일 바흐의 ‘마태수난곡’ 전곡 내한공연을 하는 성 토마스 합창단. 빈체로 제공
오는 15~16일 바흐의 ‘마태수난곡’ 전곡 내한공연을 하는 성 토마스 합창단. 빈체로 제공
◆바흐가 음악감독 맡았던 합창단

바흐는 만년인 1723년부터 27년간 라이프치히에 살았다. 그는 이 시절 1212년 창단된 성 토마스 합창단의 칸토르(음악감독)를 지냈다. 약 8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합창단은 수난곡, 칸타타, 오라토리오 등 바흐가 작곡한 대부분의 종교 음악을 초연했다. 성 토마스 합창단이 1743년 창립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는 15~16일 ‘바흐 마태수난곡’ 전곡 내한공연을 펼친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바흐와 인연이 깊다. 바흐 서거 후 한 번도 연주되지 않았던 ‘마태수난곡’을 79년 만인 1829년 무대에 처음 올린 멘델스존이 종신 지휘자로 활동했던 단체다. ‘마태수난곡’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묘사한 수난곡 중 하나로 다성 합창과 코랄(찬송가 양식의 음악),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등 다양한 음악 형식이 담겨 있는 대작이다.

17대 칸토르인 고톨트 슈바르츠가 지휘를 맡는다. 공연기획사 빈체로의 송재영 부장은 “같은 레퍼토리로 네 번째 내한공연을 하는데도, 명작 연주여서 매번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15일에는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16일에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26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는 또 다른 색채의 ‘마태수난곡’이 연주될 예정이다. 통영국제음악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연주회에는 일본의 고(古)음악 거장 마사아키 스즈키가 자신이 창단한 고음악 단체 ‘바흐 콜레기움 재팬’, 국내 고음악 단체 ‘바흐 솔리스텐 서울’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마사아키 스즈키는 200곡이 넘는 바흐 칸타타 전곡을 녹음해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등의 녹음과 비견된다.

◆바흐 무반주 전곡 독주회도 줄이어

지난해에 이어 현악 솔리스트들의 바흐 무반주 전곡 리사이틀도 이어진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첼로 수석인 첼리스트 주연선은 1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6곡을 하루에 연주할 예정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은 오는 5월2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바흐 바이올린 무반주 소나타 1~3번, 파르티타 1~3번을 무대에 올린다.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를 기획하는 독주자들은 연주회를 ‘극기(克己)’ ‘자아성찰’ 등의 계기로 삼는 경우가 많다. 주연선은 “위대하면서도 겸손하게 살았다는 점이 바흐의 매력”이라며 “바흐 음악을 연주하거나 들으면 겸손함과 정직함, 순수성을 느낄 수 있고 나 자신도 그런 마음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30대 중반의 연주자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한 걸음 더 진지해진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이번 연주를 기획한 계기”라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도 첼리스트 이정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등이 바흐 전곡 연주에 나섰다. 이정란은 “바흐의 음악에는 생각을 정리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