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 2년 연속 감독상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53) 감독이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으면서 4년 연속 유색 인종이 감독상을 차지하게 됐다.

이냐리투 감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서부개척시대 사냥꾼의 생존과 복수극을 다룬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2년 연속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상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골든글로브, 미국감독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등에서 감독상을 휩쓸어 이냐리투의 수상이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2년 연속 감독상 수상이 아카데미 역사상 전례가 드문 경우여서 그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냐리투 감독은 멕시코 출신으로 처음으로 지난해 작품상을 받으면서 감독상까지 챙겼다.

그가 세번째 사례가 되기 전까지는 2년 연속 수상은 존 포드 감독(1941∼1942년)과 조셉 맨키위즈 감독(1951∼1952년) 등 2번밖에 없었다.

그의 수상으로 최근 4년 새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은 유색 인종이 독차지했다.

감독상의 문을 연 것은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이다.

그는 '브로큰백 마운틴'이라는 영화로 동양계 최초이자 유색인종으로서 처음으로 2006년에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이후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링컨'의 스티븐 스필버그를 제치고 또다시 감독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2001년 '와호장룡'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것을 포함하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두 3회를 수상했다.

리안 감독이 열어젖힌 감독상의 문으로 멕시코 출신이 연이어 들어왔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SF영화의 새 지평을 연 '그래비티'로 감독상을 거머쥐었고, 이냐리투 감독이 감독상 2연패라는 업적을 기록했다.

이냐리투 감독은 이날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인종차별을 의식한 듯 "아직 피부색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며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운이 좋기 때문"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피부색이 우리의 머리카락 길이만큼이나 의미 없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은 1984년부터 라디오 방송국에서 DJ로 일하고 1988년부터 영화 음악을 작곡하며 쌓았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채롭고 사실적인 캐릭터를 선보여왔다.

그는 2000년 첫 장편 영화인 '아모레스 페로스'로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상과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국내에도 잘 알려진 '21그램'(2003), '바벨'(2006), '비우티풀'(2010) 등의 작품을 통해 다채롭고 사실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며 거장 감독으로 성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홍국기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