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하늘. 연합뉴스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하늘. 연합뉴스
오는 3월 한 살 연하 사업가와 결혼하는 ‘멜로 퀸’ 김하늘(38)이 결혼 전 마지막 멜로영화를 선보인다. 오는 7일 개봉하는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다. 한국 영화계에서 기혼녀가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작품은 그의 마지막 멜로영화가 될 수도 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로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석원(정우성 분)과 그의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 분)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4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김하늘을 만났다.

“결혼 전 마지막 멜로영화라고 하는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듣고 놀랐습니다. 의미를 부여하면 그 단어가 맞긴 한데 참 서운해요. 이 작품은 미스터리가 가미된 따스한 영화예요. 주인공의 기억과 사랑을 통해 관객도 각자의 사랑과 기억을 돌아볼 수 있어요.”

극중 기억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관객의 허를 찌른다. 나쁜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 시간을 넘나드는 구성으로 표현된다. 석원에게 헌신하는 진영의 모습은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게 사랑이고 행복이라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이 영화는 기존 한국영화와 달라요. 편집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예상대로 편집은 잘됐습니다. 남녀 이야기에서 가족 얘기로 확장하는 것도 특이하죠. 엔딩도 뻔하지 않고요. 그런 부분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김하늘은 기억을 잃은 석원에 대한 감정 신에서 눈물을 많이 쏟아냈다고 한다. 가슴이 미어지고 감정이 북받치는 장면이 많았다. 같은 장면에서 한 번 운 뒤에는 눈물이 잘 안 나오는 편인데, 이번에는 달랐다는 것.

“기억을 잃은 남자란 이기심 많고 약한 아이 같아요. 사랑에서는 여자가 강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현실에서 연인이 석원 같다면 저라도 진영이처럼 행동했을 겁니다.”

이 영화 주인공이자 제작자이기도 한 정우성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뛰어난 외모와 부드러운 분위기의 정우성은 로맨스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드문 40대 남자배우다.

“제가 데뷔 당시 정우성과 분위기가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하필 왜 남자배우와 닮았다고 하지?’ 하고 속으로 궁금했죠. 한 번은 꼭 같은 앵글에 있고 싶었는데, 이번에 처음 함께 연기했어요. 첫 촬영 때 감독과 스태프들도 우리 둘의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찍어보니 느낌이 좋다며 박수를 쳐주더군요.”

제작자 정우성의 모습은 약간 웃겼다고 한다. 제작자로서 헤드셋을 쓰고 모든 장면을 체크한 뒤 퇴근했기 때문이다. 파주 세트장에서는 스태프들에게 밥맛이 어떤지 등을 진지하게 물어봤다. 당대 최고 미남 배우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속으로 웃겼다는 것이다.

결혼 준비는 잘되느냐는 질문에 김하늘은 “영화에 집중해서 아직…”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영화 일정이 다 끝나야 결혼 준비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혼에 대한 환상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결혼한 여자 선배들을 만나서 조언을 구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지난 2년간 준비한 작품 세 편이 올해 모두 개봉하거든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랑을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 작품들은 대개 해피엔딩이잖아요. 결혼하면 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을 거예요.”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