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풍월주’
창작 뮤지컬 ‘풍월주’
서울 동숭동 쁘띠첼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풍월주’는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회전문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신라 시대 화랑(풍월) 열과 사담, 진성여왕의 엇갈린 사랑을 그렸다. 2012년 초연한 이래 대학로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2013년 일본 공연에 이어 지난달 8일부터 세 번째 시즌 공연을 시작했다.

제작사인 CJ E&M의 콘텐츠개발팀은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의 소재가 웹툰으로 해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등장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웹툰을 제작했다.
웹툰으로 제작된 ‘풍월주’
웹툰으로 제작된 ‘풍월주’
웹툰 작가 909(그림), 박윤선(글)과 협업한 이 작품은 오는 16일부터 웹툰 플랫폼 ‘코미코’에서 연재된다. 보통 영화 등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웹툰이 10회에 그치는 것과 달리 30회차까지 이어진다.

창작 뮤지컬의 2차 창작 바람이 거세다. 뮤지컬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영화화, 책 출판에 이어 웹툰 제작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데스노트’ ‘신과 함께’ ‘무한동력’ 등 웹툰(만화), ‘아리랑’ ‘번지점프를 하다’처럼 소설이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은 많았지만 뮤지컬을 웹툰으로 만든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 소스 멀티 유스’를 통해 콘텐츠 가치를 키우고,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웹툰 독자층과 영화 관객을 뮤지컬 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CJ E&M 공연사업본부 관계자는 “전파 속도가 빠르고 소통 가능성이 높은 웹툰이라는 장르를 통해 소수 마니아 관객에 의존하고 있는 뮤지컬 관객층을 넓히려는 의도”라며 “기존 웹툰 독자층까지 흡수해 뮤지컬 관객 저변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작 뮤지컬계에서 ‘원 소스 멀티 유스’의 원조인 작품은 2006년 초연한 장유정(극작·연출), 장소영(음악감독) 콤비의 대표작 ‘김종욱 찾기’다. 창작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2010년 공유, 임수정 주연의 동명 영화로 제작돼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일본에 라이선스 수출 계약을 체결해 국내 최초로 중국, 일본 양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하는 뮤지컬이 됐다.

‘김종욱 찾기’와 함께 창작뮤지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빨래’는 내년 동명 소설로 나온다. 제작사인 씨에이치수박 관계자는 “영화 제작사들로부터 영화화하자는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며 “소설뿐 아니라 영화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3년 초연 이후 매년 공연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창작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도 영화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제작 단계부터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함께 기획·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압구정동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고래고래’는 영화 ‘마차 타고 고래고래’와 함께 제작됐다. 국내 최초로 뮤지컬과 영화를 동시에 제작한 사례다.

제작사인 아시아브릿지컨텐츠 관계자는 “고등학교 시절 밴드 동아리였던 네 명의 친구들이 잃어버린 꿈을 찾기 위해 거리 공연을 하며 도보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으로, 공연 제작에 적합한 콘텐츠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작 초연인데도 주말엔 객석 점유율이 80%를 넘는다”며 “이 작품 때문에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등 홍보에도 ‘윈윈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은 제작비 18억원, 영화는 마케팅비를 제외하고 10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원 소스 멀티 유스’로 제작비를 절감한 사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