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용 명예회장 10주기 추모음악회’가 끝난 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첫 번째), 피아니스트 손열음(세 번째), 첼리스트 고봉인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제공
‘박성용 명예회장 10주기 추모음악회’가 끝난 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첫 번째), 피아니스트 손열음(세 번째), 첼리스트 고봉인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제공
“그분이 준 선물은 세계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연주할 때마다 늘 회장님을 떠올립니다. 그렇게 우리 곁에 있습니다.”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추모음악회가 지난 21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렸다. 박 명예회장이 가족처럼 여기던 금호 영재 출신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29)와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30), 첼리스트 고봉인 씨(30)는 연주를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고인을 추모하며 마지막 곡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삼중주 a단조-위대한 예술가를 위하여’를 협연하던 이들은 연주 중간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박 명예회장은 1984년부터 12년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총수를 맡았다. 1996년 그룹 회장직을 동생인 고 박정구 회장에게 넘긴 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타계 직전까지 문화예술 후원에 앞장섰다. 무명의 어린 연주자를 발굴해 장학금, 악기, 무료 항공권 등을 후원하고 해외 거장 음악가에게 이들을 소개했다. 1998년 시작된 금호영재콘서트가 배출한 연주자들은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다. 손열음 씨는 “회장님은 친할아버지처럼 해외 공연에 나갈 때면 늘 소소한 것까지 챙겨주셨다”며 “그 조건 없는 사랑이 저를 비롯해 수많은 연주자의 삶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음악회에는 재계는 물론 정·관계 및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 명예회장의 동생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과 부인 이경렬 여사, 박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박 명예회장의 장녀 크리스티나 씨와 그의 가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승윤 전 부총리,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배우 박정자·손숙·윤석화 씨, 정갑영 연세대 총장 등도 음악회를 찾았다.

박삼구 회장은 “오늘 보니 우리 형님 참 행복한 사람이었구나 싶다”며 “10년, 20년이 지난 뒤에도 여기 계신 분들이 박성용 명예회장을 영원히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0주기 기일인 23일 박 명예회장 묘소에서 추모식을 연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