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독', 여인의 귓불을 만지는 야릇한 사랑
한 남자가 여자의 귀에 귀고리를 걸어주고 있다. 얼핏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장면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연인 간의 긴장이 있다. 귓불을 만지는 행위, 그것은 사회적 행위라기보다는 사적인 감정 교류에 더 가깝다. 이성의 귀를 만지는 것은 손을 잡는 것과 다르게 매우 친밀한, 사생활과 감정의 영역에 속해 있다.

문제는 여자와 남자가 그런 사생활을 공유할 만한 사이가 못 된다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가 거느리고 있는 부하의 아내다. 두 사람의 거리는 가깝고 마음이 달려가는 속도도 무척 빠르지만, 둘의 만남은 금지돼 있다. 그 열정이 만남으로 구체화되는 순간 우리는 그들을 불륜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김대우 감독의 ‘인간중독’은 레일 위의 열차처럼 늘 정해진 길만 걷던 한 남자가 열정의 길로 일탈하는 이야기다. 문제는 단순한 불륜이 아니라 사랑이었다는 점이다. 상처를 가진 전쟁 영웅 김진평(송승헌)은 사랑을 전쟁처럼 한다.

김 감독은 빛바랜 황금색과 퇴색한 낙엽 가운데 놓인 남자를 아름답게 그려낸다. ‘색계’나 ‘화양연화’ 같은 회고적 분위기는 금지된 사랑의 밀도를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은밀한 사랑은 여러 명이 함께 호흡하는 극장보다 어쩌면 태블릿으로 보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비밀스러운 사랑을 공유하고, 그 사랑에 공감해 보는 것. 그건 어쩌면 혼자 그 세계와 만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강유정 <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