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서울 성산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음악 축제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에 참여한 오지 오즈번 / 현대카드 제공
▲ 9일 서울 성산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음악 축제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에 참여한 오지 오즈번 / 현대카드 제공
‘헤비메탈의 원조’란 단어만으로는 부족했다. 4만5000여명의 관객은 흡사 ‘종교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처럼 그를 ‘영접’했다.

지난 9일 오후 9시, 서울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뮤직 페스티벌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 첫째 날 마지막 출연자로 오지 오즈번(66·사진)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 한 시간 전부터 무대 앞을 지키던 관객들은 그가 등장하자 ‘오지’를 외치며 환호했다.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짙은 눈화장과 긴 머리카락, 검은색 옷차림으로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많은 말도 필요없었다. 첫 곡으로 ‘바크 앳 더 문’을 부른 그는 “지금부터 한번 미쳐봅시다”는 말과 함께 100여분 동안 쉴 새 없이 내달렸다. ‘미스터 크롤리’ ‘수어사이드 솔루션’ ‘아이언 맨’ ‘크레이지 트레인’ ‘마마 아임 커밍 홈’ ‘패러노이드’ 등 솔로 앨범과 블랙 사바스 앨범에 수록된 명곡을 선사했다.

칠순을 앞둔 헤비메탈 보컬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란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공연 내내 무대 위를 돌아다니며 방방 뛰고 헤드뱅잉(머리 흔들기)을 했지만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두 팔로 끊임없이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더 크게, 더 크게”를 외치기도 했다. ‘미스터 크롤리’를 부른 직후 검은색 플라스틱 통으로 관객들에게 물을 뿌린 그는 소화전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호스를 들고 공연 중간중간 객석에 물대포를 쐈다. 한여름밤의 열기를 식혀주는 물줄기에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오즈번이 관객들에게 ‘주술’을 걸었다면 주술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한 공로는 그의 밴드 멤버들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특히 기타리스트 거스 지는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기타 연주로 오즈번의 보컬을 뒷받침했다. 랜디 로즈, 잭 와일드 등 오즈번 밴드에서 활약했던 전설적 기타리스트와 견줘도 뒤지지 않을 실력이었다. 거스 지와 드러머 토미 크루페토스는 공연 중반부 신기에 가까운 솔로 연주로 무대 분위기를 더욱 달궜다.

오즈번은 밴드 블랙 사바스 보컬로 활동을 시작해 솔로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40여년간 20여장의 앨범을 냈다. 통산 음반 판매량은 1억장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블랙 사바스에 재합류해 그룹 통산 19번째 정규앨범을 냈다. 이 음반은 빌보드 차트를 비롯 8개국 차트 정상에 올랐다.

그는 젊을 때 무대 위에서 박쥐, 비둘기 등을 물어뜯는 기행으로도 악명 높았다. 더 이상 무대 위에서의 기행은 없지만 음악과 눈빛만으로 여전히 관객들에게 ‘주술’을 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무대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