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봉 '바람의 소리', 고문·감금…심리첩보스릴러 재미없다는 中영화 편견 깰까
“여태껏 본 중국 영화 중에선 단연 최고다.” “진짜 인정, 재밌다! 몇 손가락 안에 꼽으라 해도 꼽겠다!” “스토리 A, 배우 A++, 몰입도 A, 배경음악 A, 감동 A. 강추합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중국 영화 ‘바람의 소리(The Message)’ 시사회에 참석한 네티즌의 찬사가 인터넷에 쏟아졌다. 이 작품은 ‘중국 영화는 재미없다’는 시각을 바꿔놓을 만한 심리첩보 스릴러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진감 있는 스토리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관객을 빨아들이며 2009년 중국 내 개봉 당시 7주 연속 흥행 1위를 달렸다.

대만 출신 천궈푸 감독과 중국 출신 가오췬수 감독이 공동 연출한 이 영화는 1942년 중·일 전쟁 때 일본의 지배 아래 있던 중국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 정보기관은 내부에 침투해 지도층을 살해하는 중국 첩자를 잡아내기 위해 작전을 펼친다. 남자 3명, 여자 2명을 고성에 감금하고 회유와 고문, 고도의 심리전을 전개한다. 상황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열창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진부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전개 과정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영화는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에서 점점 어둡고 폭력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고문 장면은 짧지만 충격적이다. 한계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심리 묘사도 뛰어나다. 첩자는 일본군의 감시를 역이용하려 들고, 일본군은 그것마저 색출하려고 덫을 놓는다. 관객들을 제압하는 마지막 반전 코드도 흥미롭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두 여성의 존재감이다. 첩보물에 흔한 남성 캐릭터 대신 여성이 강한 의지를 지닌 중심인물로 그려졌다. 역사의 흐름을 여성이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영화가 더 실감 나는 것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때문이다. 영화 ‘트랜스포머 4’에 캐스팅된 리빙빙,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출연한 저우쉰, ‘초한지-천하대전’의 장한위 등이 그 주역이다.

영화는 한마디로 할리우드 흥행영화 공식을 제대로 반영했다. 매끄러운 카메라워크는 제이크 폴록 감독이 해냈다. 말하자면 대만과 미국 감독들이 참여해 만든 영화다. 이는 연간 700여편을 생산하는 중국 영화산업의 잠재력과 위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일본의 만행과 자국의 독립운동에 대해 카메라를 계속 들이대는 점은 본받을 만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