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뮤직비디오(음악영상파일)에 대한 사전 등급 분류 제도가 시행된다. 가요계는 뮤직비디오를 심의하는 나라는 없으며 한류 확산을 저해하는 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에 따라 오는 18일부터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뮤직비디오에 대한 등급 분류 제도를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지금까지 방송용 뮤직비디오는 방송사의 자체 심의를 거쳤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인터넷상에서 대가없이 제공되는 뮤직비디오까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받아 표시해야 한다. 등급 분류를 적용하는 대상은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음산법)’상 음반·음악영상물 제작, 배급, 판매 및 온라인 음악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이다.

개인이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 유튜브 같은 해외 사이트에 음악 영상물을 올릴 때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다만, 개인이 만들었더라도 음산법상 ‘온라인 음악 서비스 제공업자’로 분류되는 음악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면 심사 대상이 된다. 인터뷰나 안무 연습 장면,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영상은 등급 분류 대상이 아니지만 티저 영상은 심사 대상이다.

등급 분류를 받지 않으면 영비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등급표시 위반에 대해선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시행 초기 음악업계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11월17일까지 3개월간 시범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박병우 문화부 영상콘텐츠산업 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송사들이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린 뮤직비디오가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되고 클릭 수가 엄청나게 올라가는 문제가 국회 차원에서 지적됐다”며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선정적인 뮤직비디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발의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문화부는 다음달부터 7명의 전문위원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전영문 영등위 비디오소위 위원장은 “심의는 크게 주제·선정성·폭력성·공포성·대사·모방 위험의 여섯 개 카테고리로 나눠 살펴볼 것”이라며 “지난 6개월간 논의를 통해 새로운 등급 분류 기준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가요계에서는 “뮤직비디오를 사전 심의하는 나라는 없다”며 “음악 제작·유통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등급 분류된 뮤직비디오가 국내에 유통된다면 해외에서도 이를 보기 위해 등급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또 등급 분류를 받지 않은 콘텐츠가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에서 유통되면 제재하기 어려운 사정을 악용해 문제가 있는 뮤직비디오를 해외에서 먼저 공개할 가능성도 높다. 결국 한류에 기여하는 뮤직비디오를 위축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뮤직비디오 사전 등급 분류 제도의 문제점을 알리는 한편, 제도 시행 반대 서명 운동도 벌이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개설된 ‘뮤직비디오 등급 분류 제도 반대청원’에는 7일 낮 12시 현재 6900여명이 서명했다. 또 가수 은지원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일자리를 하나 만들어준 건지, 아님 진짜 필요성이 있다 싶어 하는 건지…더러워서 ‘뮤비’ 안 찍는다”고 썼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뮤직비디오에 대한 사전 심의 제도는 다른 콘텐츠처럼 민간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재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