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기생뎐' 주인공 꿰차며 데뷔한 행운아
성훈 "아다모 연기는 못했지만 열심히 해"
"처음에는 시청자께 너무나 미안했고 제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답답했습니다. 제가 과연 끝까지 출연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살아남아 어느새 종영을 앞두고 있네요."

지난 22일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아다모' 성훈(본명 방성훈.28)은 이렇게 말하며 씩 웃었다.

'단사란' 임수향에 이어 SBS 주말극 '신기생뎐'이 탄생시킨 또 한 명의 행운아인 그는 극 초반 연기를 못해 뭇매를 맞았던 시간들이 어느새 '과거'가 된 것이 스스로도 신기하다는 듯 넉살 좋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늘은 비를 머금어 어두웠지만 새롭게 탄생한 스타는 밝은 빛을 뿜어냈다.

"얼마 전 수향이가 '신기생뎐'을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다고 말했던데, 저도 똑같은 심정입니다. 기회가 되면 제대로 다시 하고 싶어요. 그러면 어눌한 말투와 어색한 행동 없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성훈이 이날 인터뷰를 유쾌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5개월간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도저히 봐줄 수 없을 정도의 한심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민망하게 했던 그는 그러나 중반 이후 감을 잡은 듯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고, 종영을 앞둔 현재 순정파 훈남으로 인기마저(?) 얻고 있다.

이날 인터뷰 도중에도 사인 요청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슛이 들어가면 바로 몸이 굳어버렸어요. 그 스트레스로 살도 절로 5-6㎏이 빠졌고요. 감독님이 매일 혼내셨는데 혼내다 혼내다 지치면 어이없어서 웃어버리기도 하셨어요.(웃음)"

그는 '신기생뎐' 전까지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생짜 신인이다.

그런 그가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1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다모' 역을 꿰찼다.

그리고 '신기생뎐'은 지난 19일 시청률 23.1%를 기록하는 등 연일 시청률이 오르고 있다.

"지금껏 살면서 전 운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딱 노력한 만큼만 결과가 나왔죠. 그런데 연기를 시작한 후에는 갑자기 일들이 술술 풀리고 있어요. 그런 것을 보면 시작은 얼결에 했지만 연기는 제게 필연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영을 한 수영선수 출신이다.

용인대 사회체육학과 재학시절 MBC수영대회에서 대회 신기록을 세운 유망주였다.

그러나 부상으로 수영을 그만두게 되면서 뒤늦게 연기자를 꿈꾸게 됐다.

"같은 과 선배이자 동네에서 친하게 지낸 형이 지금의 기획사 사장님이에요. 또 저와 같이 다니는 매니저도 과 후배고요. 수영선수 출신 셋이 지금 뭉쳐서 연예계에서 일하고 있는 거죠. 수영을 그만두고 몸무게가 90㎏을 넘어섰는데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뒤 3개월간 채소와 닭 가슴살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해 17㎏을 감량했습니다."

"다이어트 도중에 밥을 먹다가 걸려서 사장님한테 엄청 혼났다"며 웃은 그는 "사장님이나 저나 새롭게 일을 시작한다는 일념으로 독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몸만 만들었을 뿐 연기는 준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대책없는 자신감으로 여기저기 오디션에 응시했지만 '당연히' 떨어졌다.

그런데 '신기생뎐' 오디션은 같은 기획사 후배가 응시하러 가는 길에 구경삼아 쫓아갔다가 덜컥 합격했다.

"제 오디션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오디션을 봤더니 오히려 득이 됐던 것 같아요. 딴 사람들은 다 얼어 있는데 전 '죄송한데 카메라에 제 얼굴이 어떻게 나오나요?'라고 물어보는 등 시종 겁도 없이 씩씩했거든요. (웃음) 연기도 못 하는데 무슨 오디션을 봤겠어요. 그냥 감독님과 즐겁게 대화를 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그 모습이 좋아보였대요."

그게 지난해 7월이었다.

"'신기생뎐' 오디션을 보고 난 며칠 후 뜬금없이 강아지를 샀어요. '스타'를 꿈꾸며 '별'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는데 그 날 '신기생뎐'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았어요. 지금 별이는 아주 잘 자라고 있어요."

이후 그는 반년 간 다른 출연진과 함께 매일 연기 수업을 받았고 지난 1월 드디어 실전에 투입됐다.

하지만 반년의 훈련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처음에는 한 신에서 NG를 30번까지 내기도 했어요. 정말 죄송했지만, 선배님들이 화 한번 안내시고 꾹 참고 계속 호흡을 맞춰주셨어요. 덕분에 지금은 NG 양이 그 10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그의 연기 변화는 아다모가 기생이 된 단사란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부용각으로 따라 들어갈 때부터 나타났다.

뻣뻣해서 움직일 때마다 나던 '끽끽' 소리가 줄어들고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

"다모가 부용각에 입성할 때부터 캐릭터에 몰입이 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때 다모의 감정 상태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저도 거기에 푹 젖어서 같이 힘들었거든요.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신은 사란이가 머리를 올리던 날 다모가 현장을 엎어버리고 대성통곡하던 거였어요. 그 신 끝내고는 저도 수향이도 넋이 다 나갔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어느새 화면에서 자신감마저 보여주고 있는 성훈은 "이 드라마에 발탁된 것 자체가 영광이고, 중간에 잘리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고맙다"며 웃었다.

"처음에 기회를 잡았을 때보다 지금 더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 제 노력은 20%밖에 안 됐어요. 나머지 80%는 모두 주변 분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아다모를 맡아 연기는 못했지만 감히 열심히는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는 "한때는 너무 힘들어 연기를 하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이제는 연기만큼 세상에서 재미있는 게 없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