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창작 뮤지컬 '피맛골 연가' 직접 제작한 까닭은
서울시가 제작비 18억여원을 들여 2년간 준비한 창작 사극 뮤지컬 '피맛골 연가'를 오는 9월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가 출연 기관을 통해 간접 지원하던 방식이 아니라 직접 투자해 만든 첫 문화 콘텐츠 상품이다.

서울시가 뮤지컬 제작에 나선 이유는 뭘까. 1998년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오페라 '투란도트'를 통해 중국의 이미지가 세계인에게 각인됐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와 '노트르담 드 파리'가 뉴욕과 파리라는 도시를 연상시키듯,서울을 홍보하고 도시 이미지를 높일 문화상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장르는 외국인들도 쉽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뮤지컬'을 선택했다.

'피맛골 연가'는 조선시대 한성(서울) 골목을 배경으로 삼았다. '피맛골'은 원래 종로통을 오가던 서민들이 고관대작들의 말을 피해 다니던 길이란 뜻의 '피마(避馬)'에서 유래됐다.

17세기 뛰어난 학식과 글재주를 가졌지만 서출(庶出)이란 이유로 뜻을 펴지 못하고 떠돌던 김생과 양반집 규수 홍랑이 죽음을 넘나드는 애틋한 사랑을 나눈다. 두 남녀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진 중매쟁이 행매의 도움으로 300년 뒤 재회하는 장면이 몽환적이다.

철거를 앞둔 피맛골의 모습이 서민들의 삶터였던 한성과 경성으로 변신한다. 고증을 통해 조선시대 '유가행렬' 의상을 복원했고 한국의 세시풍속도 담아냈다.

입장료는 대폭 낮췄다. 최고 등급 좌석이 10만원을 훌쩍 넘는 여타 뮤지컬보다 훨씬 저렴한 2만~5만원대로 책정했다. 엄연숙 서울시 문화예술과장은 "창작품이어서 해외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없는 데다 실력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취지에 적극 공감해줘 '착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며 "올해 초연은 시범공연의 성격을 띠며 내년부터 정기적으로 공연하면서 내국인과 해외 관광객을 겨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본을 쓴 배삼식 작가는 "골목은 철거되지만 피맛골이라는 공간에 담겨있던 사람들의 애환을 남기고 싶었다"며 "삶과 죽음을 뒤섞은 사랑 얘기는 '금오신화'등에서 빌려왔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 박은태와 조정은이 각각 김생과 홍랑을 연기하고 배우 양희경이 행매 역으로 6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돌아왔다. 연출은 유희성 전 서울시뮤지컬단장이 맡았다. 듀엣곡 '아침은 오지 않으리'를 비롯해 총 34곡의 뮤지컬 넘버는 26인조 대형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해금,피리,태평소,가야금 등을 가미됐다.

오는 18일까지 예매하면 R석(최고등급)을 20% 싼 4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9월4~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3999~1114~6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