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에필로그-250일간의 여정'을 끝으로 막을 내린 MBC 특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총 5부작으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최고 시청률 25.3%를 기록하며 한국 다큐멘터리의 역사를 새로 썼다. 끝없이 펼쳐진 아마존의 밀림과 그 안에서 아직까지 원시의 삶을 유지하는 부족민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 중에서도 알몸에다 턱에 구멍을 뚫어 '뽀뚜루'라는 나무 막대기를 끼우고 다니는 조에 부족은 이번 다큐멘터리의 최고 스타였다. 꼭 필요한 만큼만 사냥해 와 부족민이 함께 나눠 먹는 조에 부족은 절제를 모른 채 탐욕을 더해가는 현대인들을 부끄럽게 했다.

이번 다큐 시리즈의 촬영과 편집을 총지휘한 김진만 감독(39)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문화방송에 입사한 후 10년 이상 시사교양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프로듀서(PD)다. 2008년 9월 기획을 시작해 8개월간의 사전 자료조사,7개월 동안의 현지 촬영을 거쳐 '아마존의 눈물'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그를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만났다.


▼'아마존의 눈물'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조에 부족을 다룬 1부 첫 방송이 25.3%의 시청률를 기록한 데 이어 2~4부도 모두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죠.취재 뒷얘기를 다룬 '에필로그'편 시청률도 21.5%로 1부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가 좋았어요. 보통 다큐멘터리의 시청률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기 어려운 데 비해 '아마존의 눈물'은 정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

▼기획 의도는 뭐였습니까.

"이번 작품은 '지구의 눈물' 시리즈 중 지난해 10월 방송된 '북극의 눈물'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지구 온난화로 파괴돼 가는 원시 생태계와 부족민의 삶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했어요. 사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다는 건 다들 알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죠.그래서 현대문명이 낳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오랫동안 지속해온 원시부족의 삶이 어떻게 사라져 가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나요.

"사실 저는 '아마존의 눈물' 제작 방침이 결정된 2008년 가을에 다른 프로그램(휴먼다큐 사랑)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 '지구의 눈물' 팀에서 아마존에 갈 사람이 없다며 저를 불렀죠.아마존 밀림 자체가 위험한 곳이다 보니 다른 PD들은 가족들의 반대가 워낙 심해 도저히 갈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전 싱글이라 다행히도(?) 그런 제약이 없었죠."

▼조에 부족은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현재 아마존에는 외부 세계와 전혀 접촉하지 않고 사는 2000~3000개의 원시부족이 있는 것으로 브라질 정부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촬영이 가능한 부족은 오직 조에 부족 하나입니다. 예전에 프랑스나 일본의 제작팀이 조에 부족을 촬영한 사례가 있었어요. 그런데 촬영을 하려면 브라질 정부와 부족민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아요. 영국 BBC는 우리와 거의 동시에 촬영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죠."

▼조에 부족은 옷을 입지 않던데 촬영할 때 민망하진 않았습니까.

"처음에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민망하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그들 모습에 곧 익숙해졌어요. 오히려 그들로선 옷을 입고 있는 우리가 신기했나 봅니다. 겉으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어 지퍼를 열고 확인해보는 걸 좋아했어요. 옷을 벗고 샤워라도 할라치면 정말 수십명이 와서 구경했어요. 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부족민과의 성 접촉 등을 막기 위해 촬영팀이 옷을 벗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했습니다. "

▼부족 내부에서의 성폭력 · 성추행 등의 문제는 없나요.

"조에 부족은 다부다처제 사회입니다. 물론 결혼을 하려면 상대의 동의를 구해야 하지만 실제 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대요. 또 성관계를 하더라도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방송에 소개된 또 다른 부족인 와우라족의 경우 결혼하지 않아도 세 번까지는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답니다. 네 번 이상 자게 되면 결혼을 해야 하는데 결혼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고 해요. 개방적인 성문화로 인해 현대문명에서 나타나는 각종 범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촬영하면서 죽을 뻔한 위기도 여러 차례 넘겼다면서요.

"사냥을 나간 부족민들을 따라갈 때면 '놓치면 죽겠구나' 싶어 죽을 힘을 다해 달렸어요. 한 번은 야생 멧돼지와 맞닥뜨렸는데 사냥하던 부족민들이 모두 나무 위로 도망가버려 카메라 감독과 저만 아래에 남아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죠.다행히 사냥개들이 멧돼지를 상대해 줘서 겨우 목숨을 구했지요. 또 제작진 전원이 아마존 밀림의 흡혈곤충인 삐융에 물려 조연출인 김정민 PD는 촬영 도중 입원하기도 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모닌과 야물루입니다. 모닌은 조에족 최고의 사냥꾼으로 부인만 셋을 거느리고 있죠.워낙 사냥을 잘하는 데다 카리스마가 넘쳐서 옆에 있으면 기가 눌릴 정도였지요. 부인 셋은 물론 여동생,여동생의 남편까지 모두 모닌이 먹여 살립니다. 야물루는 와우라족의 열세 살 소녀인데 귀여운 외모에 성격도 밝아 촬영 기간 내내 제작진과 친하게 어울려 지냈거든요. 촬영을 마치고 돌아올 때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10년쯤 지나 다시 아마존에 갈 기회가 된다면 모닌과 야물루가 어떻게 변했는지 꼭 찾아가 보고 싶어요. "

▼방송하지 못한 내용도 있습니까.

"저는 기본적으로 원시부족의 관혼상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부족마다 2주 정도의 짧은 시간만 허락돼 극히 일부밖에 취재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양한 풍경을 담아낼 수 있었어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불태워 갈아 마시는 야노마미족의 풍습 등은 그 자체로서 분명 인류학적인 의미가 있겠지만 방송으로 내보내진 못했습니다. "

▼극장용으로 다시 개봉한다면서요.

"내달 25일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입니다. 러닝타임은 약 80분으로 방송에서 모자이크 처리했던 부분을 살리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계획입니다. 최근 인기를 끈 영화 '아바타'처럼 3D 작업도 시도해 보려고 하는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고요. 극장판에서는 방송에 나온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출 겁니다. "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요.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될 '남극의 눈물' 촬영을 위해 4월쯤 남극에 갈 계획입니다. '아마존의 눈물'이 기대 이상으로 큰 성공을 거둬 후속작에 대한 부담감이 여간 아닙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다큐멘터리 본연의 의무를 다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야죠."

글=이호기/사진=정동헌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