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지난달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 경기장의 미국 록밴드 그린데이 콘서트 현장.무대 바로 앞 펜스에 있는 관객들은 모두 그린데이 티셔츠를 입고 노래를 따라부른다. 그린데이의 최신 앨범의 타이틀 곡인 'Know your enemy'가 끝난 직후 이들은 다음 곡 'East jesus nowhere'를 한 목소리로 외치고 그린데이는 '예약'됐다는 듯이 이 곡을 어김 없이 부른다. 이들은 마치 연출가처럼 공연의 진행상황을 미리 파악해 추임새를 넣고 몸을 흔들어댔다. 직장인 박경렬씨(30)는 "그린데이의 월드 투어 프로그램은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습'을 하고 왔다"며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이고 티켓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가만히 들으면 자기만 손해"라고 말했다.

#사례2.6~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파이널 판타지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앞두고 '파이널 판타지'의 마니아인 김경인씨(28)는 고민에 빠졌다. 연주회장이 예술의전당이라서 정장을 입을지 말지 고민했지만 게임의 등장인물인 '빈센트'의 복장을 입고 코스튬 플레이(만화나 게임의 주인공을 모방하는 것)를 하기로 했다.

공연 관람 문화가 급변하고 있다. 예전처럼 간간이 노래를 따라부르고 환호성을 보내는 것을 넘어 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것이다. '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문화현상)이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공연 마니아들은 국내 공연 기획사만큼이나 빠르게 움직인다. 특정 아티스트의 홈페이지,외신,해외 블로그 등을 통해 국내 공연이 성사됐다는 것을 미리 알아내고 좋은 좌석의 예매를 서두른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내한 공연 소식을 알고 문의 전화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웹 서핑을 통해 공연 셋리스트(연주할 곡 목록)를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23일 팝그룹 시카고의 내한 콘서트를 예매한 이명식씨(33)는 "시카고의 노래는 수백 곡이어서 아무리 마니아라고 해도 가사를 전부 알 수 없다"며 "이들이 했던 투어 공연 정보를 통해 곡 리스트를 뽑아 MP3플레이어에 담아 '예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가 어떻게 연출될지 파악하는 것도 필수다. 보통 해외 아티스트들은 월드 투어 중 한국을 방문하기 때문에 특별한 무대 연출을 펼치는 아티스트들의 투어 프로그램을 미리 알면 공연의 재미는 배가 된다.

이번 그린데이 콘서트에서도 공연 전 무대에 토끼 의상을 입은 스태프가 등장하자 공연이 곧 시작된다는 것을 안 팬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기획사가 팬덤의 진화를 선도하기도 한다. 최근 새 앨범을 낸 '소녀시대'의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음반 출시와 함께 '공식 응원법'을 발표했다. 앨범의 타이틀 곡인 'Oh' 가사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멤버 이름,특정 문구 등을 외치도록 미리 팬들에게 알려준 것.즉각 팬들은 공식 응원법을 따랐다.

대중문화평론가 서정민갑씨는 "최근 스타 아티스트의 첫 내한 공연,대형 콘서트 등이 증가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공연을 즐기려는 팬들이 늘어났다"며 "앞으로는 더 다양한 방법으로 공연을 즐기는 열성 팬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