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액션 대작 KBS '아이리스' 17일 화제 속 종영

"솔직히 40%가 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39.9%가 나와 아쉽긴 해요. 하지만 넘치는 것보다는 조금 모자란 것이 다음번을 기약한다는 의미에서는 좋은 것 같아요."

KBS 2TV '아이리스'의 제작자인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는 18일 드라마가 끝난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오전 3시 제주도에서 '아이리스'의 촬영을 마친 후 같은 날 일본 팬 미팅에 나서는 이병헌과 함께 곧바로 일본 도쿄를 찾은 정 대표를 국제전화로 만났다.

그는 "'아이리스'도 내년에 도쿄 돔에서 행사를 기획하고 있기 때문에 답사 차원에서 이병헌 씨와 함께 도쿄에 왔다"며 "일본에 와서도 마지막회의 편집을 인터넷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김승우, 김소연 등 화려한 캐스팅에 드라마ㆍ영화 사상 최초로 서울 광화문 광장을 통제한 채 총격 신을 촬영하고, 헝가리와 일본에서의 화려한 로케이션 촬영 등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던 '아이리스'는 마지막회에서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해피엔딩을 맞는 듯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김현준(이병헌 분)이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죽으면서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정 대표는 "이병헌 씨가 어제 팬 미팅 끝나고 나와 와인 한잔하면서 '더 버티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다'며 자러 가더라. 최근 며칠 잠을 한숨도 못 자고 버텼는데 모든 게 무사히 끝나 다행이다"며 웃었다.

그는 드라마를 끝낸 것에 대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지금은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스태프를 많이 재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 '맨발의 기봉이' 등을 히트시키고, 외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수입하며 영화계에서 입지를 다진 정 대표는 '아이리스'로 드라마 제작에 처음 도전했다.

그는 20부에 2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만들었다.

정 대표는 "'아이리스'의 스태프가 대부분 드라마를 처음하는 영화 스태프였는데, 모두 '영화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며 "다행히 시청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스태프와 배우 모두 보람을 느끼고 있어 제작자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아이리스'는 후반으로 가면서 최승희(김태희 분)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최승희의 정체는 마지막회에서도 확실히 풀리지 않았다는 느낌을 줬고, 총에 맞아 죽은 김현준(이병헌)도 부활할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정 대표는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일단 내년에 제작하기로 한 2편은 어제 끝난 것의 2편이 아니라 '아이리스'의 스핀오프가 될 것입니다. 완전히 다른 NSS 요원들이 등장하는 거죠. 이왕이면 젊은 피를 수혈할 생각이에요. 어제 끝난 '아이리스'의 2편도 분명히 제작할 것인데, 그건 빨라야 내후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현준이 지금으로서는 죽었으니 부활한다고 해도 시간이 좀 걸려야 하지 않겠어요?(웃음)"

그는 최승희에 대해 "작가들과 진짜 많이 고민을 한 부분"이라며 "백산의 딸이나 블랙의 딸, 어느 쪽으로 설정을 해도 많은 뒷말이 나올 것 같아서 제3의 안을 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주인공 중 승희는 여전히 미스터리한 인물이에요. 시청자들도 '백산은 아버지 같은 존재'라는 승희의 말을 잘 안 믿는 것 같아요. 블랙의 정체도 밝혀지지 않았고, 아이리스의 존재도 드러난 게 거의 없는데, 그런 궁금증들이 남겨 놓아야 2편을 제작할 수 있죠.(웃음)"

10부까지는 미리 제작을 하고 방송을 시작한 '아이리스'는 그러나 마지막 4회는 촬영팀을 세 개 조로 나눠 돌려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맞이했다.

"마지막 2주가 정말 긴박했는데, 각오했던 일이라 견딜만은 했습니다. 뒤로 가며 시간이 없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어 끝까지 액션에 힘을 쏟아부었어요. 오히려 더 긴박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무리다 싶은 스케줄을 소화했어요."

그는 "또 방송이 시작된 후에는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체크하며 곧바로 3부부터 추가 신을 찍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만드는 사람은 힘이 들었지만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스토리가 보강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00억 원을 투입한 이 드라마의 수익성은 어떨까.

정 대표는 "구체적으로 말은 못하겠지만 일단 현재 손해는 안 봤다"며 "앞으로는 꾸준한 해외 수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개척하지 못한 유럽, 미국 시장을 겨냥해 재편집을 할 겁니다. 아시아에서는 멜로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배우들을 알기 때문이고, 서구 시장에서는 '24' 같은 긴박한 스토리 위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좀 더 타이트하게 편집해 편수를 줄여서 공략할 겁니다."

화제가 됐던 만큼 '아이리스'는 표절, 저작권 문제, 이병헌의 스캔들, 촬영장 폭행 사건 등으로 끊임없이 구설에도 올랐다.

정 대표는 "이런저런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 힘들었지만 이제부터 하나하나 진실이 규명되고 밝혀지지 않겠느냐"며 "촬영장 폭행 사건은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 안타깝지만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병헌 씨의 문제는 특히 안타깝다. 남녀 간의 개인적이 문제가 공론화돼 배우가 뭇매를 맞았는데, 연예인에게도 보호받아야 하는 사생활이 있다"며 "이병헌 씨가 힘든 와중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 대견하고 고맙다"고 덧붙였다.

"배우들 모두가 몸을 아끼지 않고 연기해줘 고맙습니다. 이 말 꼭 적어주세요."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