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공중 나는 도술 연기 아찔‥30층 옥상 난간에도 섰죠"
둔갑술,이동술,은신술 등 온갖 도술에 능하지만 수행보다는 풍류와 여자에 이끌리는 도사.투전판 내기에,수절과부 보쌈에,임금님도 골려주는 망나니.강동원(28)이 '타짜' 최동훈 감독의 대작 오락영화 '전우치'에서 연기하는 '악동영웅'의 모습이다. 2004년 히트한 로맨틱 코미디 '늑대의 유혹' 이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형사-듀얼리스트''M' 등에서 진지한 배역을 했던 그가 5년 만에 유쾌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150억원을 투입한 이 영화에는 임수정 김윤석 백윤식 유해진 등 쟁쟁한 스타들이 함께 출연한다.

"재작년 여름쯤,최 감독으로부터 '전우치' 얘기를 처음 들었어요. 당시 고전소설이란 이름만 들었지 스토리는 전혀 몰랐어요. '홍길동'과 비슷한 캐릭터라고 여겼죠.이름도 헷갈려 '가물치'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자신을 자랑하고 내세우기 좋아하며 주색잡기를 즐기는 영웅이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서울 한복판에서 싸운다는 거예요. 제가 흔쾌히 수락하자 감독은 그때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

완성된 시나리오를 들고 캐스팅을 청해오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랐다.

"정의로운 캐릭터였더라면 흥미가 없었을 거예요. 악동이란 얘기를 듣자 마음먹고 오락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더군요. 다만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게 관건이었지요. 나사가 빠진 듯,멍청한 면이 있어야 관객들이 다가오기 쉽다고 생각했어요. "

초능력이나 첨단무기를 사용하는 할리우드 슈퍼영웅들과 달리 전우치의 무기는 '도술'이다. 요괴들과의 싸움 신에서 부적을 써서 환영을 만드는 둔갑술,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동술,자유자재로 주변 사물에 모습을 숨기는 은신술을 조선시대 궁전과 현대의 테헤란로 고층빌딩 숲에서 유쾌하게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전체 장면의 60%가 와이어(쇠줄) 신이다.

"이 영화에서 전우치는 절반은 땅에,절반은 하늘에 있어요. 거의 매일 와이어 신을 촬영했어요. 옷 속에 사타구니에 조이도록 연결된 방탄조끼(하네스)를 입고 촬영을 마치고 나니 8㎏이나 빠지더군요. 온 몸에 힘을 준 채 등 근육과 배 근육으로 균형을 잡으면서 진동을 감내해야 했으니까요. "

그는 무술감독으로부터 '와이어 연기가 아시아 최고 수준'이란 찬사를 들었다. 학창 시절 축구선수로 뛰며 다진 운동신경 덕분이다.

"그러나 와이어 신 촬영은 진짜 무서웠어요. 3~4층 정도면 떨어져도 팔 다리 정도 부러지겠다 싶어 견딜 만했지만 5층 이상에서도 많이 찍었어요. 테헤란로에선 30층 이상 고층 빌딩 난간 위에 서기도 했지요. 등 뒤에서 줄로 당기고 있었지만 줄을 놓쳐 배우가 죽을 뻔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

실제로 문근영은 드라마 '바람의 화원' 촬영 때 와이어가 끊어져 우물에 빠진 적이 있다.

"5층 높이에서 보호장비도 없이 떨어지는 장면을 찍은 날이었어요. 처음에는 낮은 데서 떨어진다고 해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았는 데,시간에 쫓기면서 점점 높은 데로 올라간 거죠.화가 나서 현장에서 갓을 집어던지고 말았죠.물론 촬영 후에는 웃으면서 풀어졌지만요.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