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KBS 2TV 인기 드라마 '아이리스'에는 못보던 준대형 세단이 등장했다. 특수요원 역을 맡은 이병헌과 김소연이 신부님을 만나기 위해 타고 가는 차였다. 매끄러운 선이 돋보인 이 세단은 기아자동차의 신차 'K7'.이 차는 최근 지상파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예능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2'에도 나왔다. 물론 개정 미디어법 시행령이 통과 절차를 밟고 있어 브랜드는 지워진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오는 24일 공식적인 신차 발표회를 앞두고 방송 프로그램에 먼저 선보인 것이다.

지난달에는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극중 주인공인 장근석이 아우디의 신차 'S4'를 끌고 등장했다. 아우디가 통상적인 신차 발표회가 아닌 TV를 통해 새 차를 세상에 알린 것이다. MBC 드라마 '살맛납니다'에서도 GM코리아가 중형 럭셔리 SUV인 '올-뉴 SRX'를 먼저 공개했다.

방송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들이 신차 공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소품으로 상품을 등장시키는 PPL(간접광고)이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회사들은 론칭 행사를 통해 신차를 공개하는 게 관례였다. 호텔 연회장이나 큰 전시관에서 신차 옆에 미녀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자동차 회사 고위 관계자가 참석하는 등 대규모 행사를 통해 차를 선보였다.

그런데 신차를 TV에 먼저 공개하는 것은 론칭 행사보다 TV 홍보효과가 더 크다고 인식을 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TV드라마의 멋진 주인공이 타는 차라는 인식을 하게 되고 이것이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신차 발표회는 드라마에 등장한 차라는 사연이 덧입혀져 '스토리텔링' 전략이 가능해진다. 아우디코리아의 한동률 차장은 "드라마에 차량을 공개하는 것은 은연 중에 상품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크다"며 "스토리가 더해지면 상품의 매력이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스토리텔링 전략을 극대화한 사례는 최근 인터넷에 공개되고 케이블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쏘울 스페셜'이다. 기아자동차가 국내 처음으로 특정 상품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만든 것.한효주와 김동욱 등 스타들이 출연해 인터넷에tj 관련 동영상 클릭 수가 300만건을 웃돌았다.



그렇다면 홍보효과는 얼마나 될까. 기아의 K7이나 아우디의 S4 모두 아직 판매되지 않아 실질적인 홍보 효과를 측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TV광고로 차를 선전하는 것보다 광고 효과가 '저비용고효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반적으로 인기 있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앞뒤에 방영되는 15초짜리 광고단가가 1340여만원 안팎이다. 물론 광고 제작비도 많이 들어간다. 반면 드라마에 차를 등장시키면 촬영 기간 중 차량만 대여해 주면 된다. 물론 추가 비용이나 드라마 제작비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TV광고비보다 적은 액수다.

지금까지는 간접광고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차량 마크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거나 의류에 스티커 등을 붙였다. 그러나 조만간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게 되면 간접광고는 활성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가상광고와 간접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미디어법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개정 미디어법 시행령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을 거쳐 법제처에서 심사 중이다.

지상파 3사는 광고수입을 대폭 늘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간접광고 관련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방송외주제작 업체 관계자는 "방송 3사는 미디어법 통과에 대해 반대하면서도 간접 광고 도입은 두 손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지상파가 간접광고 시장을 선점하면 케이블업체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김주완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