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선덕여왕'서 유종의 미 거두며 퇴장

"존재감 없이 사라질 수 있었는데 이유 있게 죽어서 너무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지난 2일 MBC TV '선덕여왕'에서 칠숙(안길강 분)의 칼을 맞고 숨을 거둔 소화 역의 서영희(29)는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며 웃었다.

그는 3일 전화통화에서 "사실 좀 더 빨리 죽었어야 하는 운명이었지만 때를 놓치면서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며 "어차피 죽어야 했지만 이렇게 이유 있게 죽어 참 기쁘다"고 말했다.

덕만 공주(이요원)의 유모이자, 덕만이 오래도록 엄마인 줄 알고 따랐던 소화는 이날 방송에서 미실(고현정)의 명을 받은 칠숙이 덕만과 유신(엄태웅)을 습격하자, 덕만으로 변장해 칠숙을 유인했다.

결국 소화는 덕만 대신 칠숙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

평생 덕만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그의 죽음에 시청률은 41.7%를 기록했다.

소화는 앞서 극 초반에도 덕만과 함께 칠숙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모래 구덩이에 빠지자, 덕만을 구하기 위해 덕만이 붙잡고 있던 밧줄을 끊어버리고 모래 구덩이 속으로 사라지며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긴 바 있다.

서영희는 "시원섭섭하다. 찍을 때는 잘 몰랐는데, 어제 방송을 보니 찡하더라"면서 "실제로는 엄마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모성애를 보여주려 노력했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화는 덕만의 유모지만 실제의 이요원과 서영희는 동갑내기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날 덕만의 엄마로 볼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덕만의 아역배우부터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덕만이 성인 연기자로 바뀐 후에도 자연스럽게 날 유모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최근에는 늙어가는 분장을 했는데 예쁘게 보이려는 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것도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소화는 헌신적인 모성애와 함께 악연인 칠숙과의 애틋한 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덕만을 해치려는 칠숙과 덕만을 보호하려는 소화는 사막에서 칠숙이 소화의 목숨을 구해준 뒤 연민과 고마움 등이 뒤섞인 정을 나누게 됐다.

그런 소화가 칠숙의 칼에 죽어 더욱 화제가 됐다.

서영희는 "두 사람은 너무 오랜 세월 붙어 있어 정이 생긴 경우다. 칠숙의 경우는 소화에 대한 연민이 사랑으로 발전했을 것이고, 소화는 칠숙에 대한 고마움이 정으로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녀 신분인 소화로서는 칠숙의 사랑이 평생 받아보지 못한 사랑이었을 거에요. 그런 점에서는 비록 악연이지만 소화는 행복했을 겁니다."

그는 "덕만이 꼭 왕이 되서 이 엄마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