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입한 서울 경복궁 옆 옛 주한미국대사관 숙소 부지를 최고급 7성급 부티크 호텔 및 문화 공연장으로 조성키로 했다. 현재 국내 최고급 호텔은 6성급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하얏트호텔과 광진구 광장동 W호텔이다.

17일 대한항공이 최근 서울 중구교육청에 심의를 요청한 설계 개요에 따르면 옛 한국일보 건물 맞은편 종로구 송현동 49-1 일대에 지상 4층(지하 4층) 규모의 7성급 부티크 호텔과 문화 및 집회시설(전시장)로 지어진다.

부티크 호텔이란 객실 수가 적지만 화려하게 꾸민 테마 호텔이다. 대한항공 부티크 호텔은 총 연면적 13만7440㎡로,지상층과 지하층은 각각 4만9000㎡와 7만7540㎡이다.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하는 이 부지의 용적률은 136%(법정 용적률 150%)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객이 호텔에 들어서면 디자이너 불가리의 숨결이 느껴지는 밀라노의 '불가리 호텔'을 벤치마킹 했다"며 "현재 구체적인 부티크 호텔의 컨셉트를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화 전시장에 대해서는 "다목적 공연장을 세워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의 문화 아이콘으로 설계했다"며 "호텔과 문화전시장을 북촌,인사동 등 인근의 전통문화 거리와 어우러지는 문화 벨트로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은 2002년 초 삼성이 미술관을 짓기 위해 미 대사관으로부터 1400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하지만 삼성이 용산구 한남동에 '리움'을 세우면서 지난해 대한항공이 이 부지를 2000억원에 삼성 측으로부터 매입했다.

이 땅은 바로 건너편이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이고,인근에 광화문 국가상징거리,각종 박물관과 미술관,인사동 전통문화거리가 있어 일반 상업시설을 짓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게다가 주변 학교와 지나치게 가까워 사업을 승인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호텔은 학교보호법상 유해시설로 규정돼 있어 학교와의 직선거리가 2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 부지는 인근의 덕성여고,풍문여고와의 직선거리가 불과 50여m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항공은 중구교육청에 '학교환경위생정화 구역내 금지행위 및 시설해제 신청서'를 신청했다가 문서 수정 작업을 이유로 신청을 취하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서류상 미흡한 부분이 있어 보충 작업 중"이라며 "오는 10월 중에 다시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구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에 대한 학습권 침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사업 승인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