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에 식사대접, 드라마 홍보도

지난 21일 MBC TV '선덕여왕'의 용인 세트장에서는 통닭과 수박화채 파티가 열렸다.

극 중 김유신 역을 맡은 엄태웅의 팬들이 마련한 자리였다.

이들은 통닭 150마리, 수박화채 300그릇, 콜라 300병, 생수 300병을 마련해 '선덕여왕'의 제작진 전원에게 돌렸다.

수박과 음료수를 차갑게 제공하기 위해 냉동차까지 빌렸다.

지난달에도 '선덕여왕' 촬영장에서 간식 파티를 연 이들은 "조만간 또다시 선물을 안고 촬영장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드라마 촬영장을 팬들이 '먹여 살리고' 있다.

십시일반 갹출한 돈으로 음식을 실어나르며 제작진을 먹이고, 각종 홍보물을 제작하거나 인터넷에서 활발한 홍보활동을 펼치며 제작진의 기도 살린다.

◇추어탕에서 출장 뷔페까지

팬들이 촬영장에 실어나르는 음식은 종류도 다양하다.

과거 배용준의 팬들이 제작진 수만큼 추어탕을 직접 끓여 실어날라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출장 뷔페가 유행이다.

이달 초 탤런트 이서진의 팬클럽이 MBC TV 드라마 '혼'의 양주 세트장을 찾아 100인분의 출장 뷔페를 대접했고, 김래원의 팬클럽이 SBS TV '식객'의 촬영장에서 100인분의 출장 뷔페를 대접하는 등 최근에는 팬들이 마련한 뷔페 파티를 촬영장에서 심심치 않게 만난다.

통닭은 준비하고 먹는 데 모두 간편하다는 점 때문에 가장 많이 애용하며, 샌드위치나 도넛, 주먹밥, 샐러드도 종종 등장한다.

또 더운 여름날에는 아이스크림과 수박도 반가운 선물이다.

현재 최고의 인기 드라마답게 '선덕여왕' 촬영장에서는 팬들이 주최하는 파티가 빈번한데, 지난 14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디씨인사이드 내 '선덕여왕' 갤러리 회원들이 200인분의 간식을 준비해 촬영장을 찾았다.

◇수건, 부채, 휴대전화 액세서리 등 제작


'선덕여왕' 갤러리 회원들은 간식거리 외에 수건과 부채, 각 배우의 사진과 그림이 들어간 액자도 준비해 돌렸고, 이서진의 팬들은 '혼'의 로고를 새긴 휴대전화 액정클리너를 제작해 촬영팀에 나눠줬다.

배우나 드라마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두른 음료수는 촬영장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러한 기념품을 보고 배우와 제작진이 감격함은 물론이다.

대개 기념품은 방송사나 제작사 차원에서 만들기 마련인데 팬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물건들은 밤낮없이 촬영하는 배우와 스태프에게 값을 매길 수 없는 큰 감동을 전해준다.

팬들은 음식이나 기념품을 제작하기 위해 팬클럽 사이트 등을 통해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간식이나 기념품 이벤트 공지가 뜨면 회원들은 자유자재로 입금하고 일정 액수가 모이면 대표 회원들이 이를 운용해 이벤트를 벌인다.

◇"우리 배우와 드라마는 우리가 지킨다"

배우들의 팬클럽은 물론이고, 디씨인사이드 내 드라마 갤러리나 각 드라마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인 열혈 팬들은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까지 선플과 응원의 글을 많이 남기고 각종 패러디 포스터나 영상을 통해 드라마를 알리는 데 앞장선다.

이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우리 배우와 드라마는 우리가 지킨다"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이런 뜻이 모이면 극장을 대관해 드라마를 함께 보는 이벤트로까지 연결된다.

엄태웅의 팬 모임인 '엄포스 서포터스'에서 활동 중인 닉네임 제로씨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촬영장에서 간식 파티를 여는 것은 무엇보다 엄태웅 씨를 기쁘게 하기 위함이지만 드라마팀 전체에 작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엄태웅 씨에게 안티성 글이 많아 너무 속상했는데, 촬영장을 찾아 엄태웅 씨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그럼으로써 드라마도 더욱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선덕여왕' 제작진은 이러한 팬들의 사랑에 "인터넷의 특성상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글이 많은데, 그와 달리 이렇게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촬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당한 비판과 따뜻한 응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