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 코리아', '다이어트 워', '열혈기자' 등 호황

디자이너도 뽑고 기자도 뽑는다.

또 살 빼기 경쟁도 붙인다.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카메라는 살아남은 자의 기쁨과 탈락한 자의 안타까움을 대비시키며 아슬아슬한 재미와 감동을 포착하려고 한다.

케이블채널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미국과 영국 등 해외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만이 한글 자막과 함께 제공됐지만, 이제는 국내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한국형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봇물 터진 듯 나오고 있다.

어떤 주제로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지원자가 넘쳐난다.

가수를 뽑는 Mnet '슈퍼스타K'에는 무려 72만 명이 지원했다.

상당 부분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야 하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케이블채널은 지상파와의 경쟁 속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길을 찾고 있다.

◇"TV 통해 내 가치를 증명해보인다"
스토리온에서는 현재 '다이어트 워'의 시즌 3가 방송 중이다.

12명의 도전자 중 한때 늘씬한 몸매를 자랑했던 배우 이하얀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던 이 프로그램은 비만으로 건강은 물론,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참가자들의 치열한 다이어트 과정을 그린다.

특정 직업을 뽑는 것과 달리 비만이라는 치부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 여성으로서는 수치스러울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의 지원자 역시 1천 명이었다.

'다이어트 워'의 이원형 제작팀장은 "요즘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데 적극적이다.

살을 빼 새롭게 태어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지원자가 적을 것이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금 1억 원이 걸린 Mnet '슈퍼스타K'는 72만 명의 지원자 중 14일 현재 10명이 살아남았다.

연령에 제한이 없는 이 프로그램에서 최고 연장자는 78세의 할아버지였고, 최연소자는 15세 중학생이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 것이다.

◇"소재는 흥미롭거나 절박하거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징은 소재가 흥미롭거나 절박하다는 데 있다.

연예인이나 패션 디자이너, 아나운서처럼 화려한 직업군으로 눈길을 끌거나 다이어트처럼 절박한 사연으로 호소한다는 것.
'다이어트 워'의 이원형 팀장은 "연예인과 달리 일반인이 등장하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소재는 더욱 '독하게' 갈 수밖에 없다"며 "다이어트의 경우는 살을 빼겠다는 진정성을 내세워 출연자들이 목숨 걸고 다이어트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를 매료시킨다"고 말했다.

강호동, 유재석은 한 번 뒹굴면 시청률이 나오지만, 일반인들은 불굴의 의지로 30㎏은 빼야 봐준다는 얘기다.

온스타일은 시즌 1이 평균 시청률 1%를 웃돈 것에 힘입어 올가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시즌 2를 제작한다.

미국 '프로젝트 런웨이'의 포맷을 구입해 제작, 방송하는 이 프로그램은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디자이너 지망생들의 경쟁을 그린다.

올'리브는 지난해 공개 오디션을 통한 아나운서 채용 프로그램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을 방송했고, 지난 2월 MBC ESPN은 축구 해설자 채용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MBC ESPN DREAM JOB'을 방송했다.

현재 QTV에서는 한 스포츠지와 함께 기자를 뽑는 '열혈기자'를 방송 중이다.

◇저렴한 제작비, 리얼한 감동이 장점
이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제작비다.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절반 정도의 제작비로 만들어진다.

또한 케이블채널이 연예인 섭외에 있어 지상파 TV에 비해 불리한 점을 고려하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여러 면에서 케이블 채널에 활로가 된다.

이와 함께 출연자들이 저마다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가 강하고 사연도 제각각 이라 꾸밈없는 감동이 전해지는 것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강점이다.

일반인들은 앞뒤 안 보고 최선을 다하지만, 연예인은 자기 출연료 값만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돌발상황 빈번..그 역시도 화면에 담아
그러나 말 그대로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는 돌발 변수가 많이 나온다.

단적으로 갑자기 방송을 못 하겠다는 출연자가 종종 등장한다.

이 때문에 도전자들의 출연 계약서에는 '프로그램을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항목도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도중하차하겠다는 사람은 꼭 나타난다는 것이 제작진들의 공통된 말이다.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할까.

온스타일 관계자는 "계약서를 들이밀며 경고도 하고 달래도 보지만 그래도 안될 때는 그 부분까지 프로그램 내용에 잘 녹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