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면 '어'하던 아내가 이제 '아'하면 '머?'라고 퉁퉁거린다. 6년째 백수로 지내며 집안 살림을 도맡아온 '무능한 남편'과 잘 나가는 대학교수로 돈벌이를 해오는 '잘난 아내'의 갈등과 사랑,아슬아슬한 벼랑끝에 선 10년차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 개막을 앞두고 있어 화제다.

배우 박준규와 오정해가 호흡을 맞춘 '여보,고마워'는 다음 달 21일부터 10월11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관객을 찾아간다.

올 상반기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친정엄마와 2박3일'의 고혜정 작가가 쓴 작품인 만큼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상당 부분 작품에 투영됐다는 후문이다.

사위가 설거지하면 세련됐고 아들이 하면 왜 '덜 떨어진 놈'이란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아내,가정의 평화를 위해 지켜야 할 세 가지 계명 '따지지마,불평하지마,까불지마'를 되뇌이며 스스로를 매일 다독이는 남편이 등장한다. 보통 가정과 달라도 너무 다른 가계 권력구도가 계속되자 부부 사이에도 금이 가게 되고,딸은 백수 아빠가 부끄럽다고 말한다. 백수 아들을 구박하지 마라며 속을 긁어대는 시어머니,고생 말고 속 편하게 이혼해 버리라는 아내의 친구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부부 사이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자연스럽고도 유머있게 풀어냈다. 권태기에 지친 부부에게는 위로가 되고,결혼생활 초년 부부들에게는 가정의 의미에 대해 곱씹어 보게 하는 작품이다.

주연을 맡은 배우 오정해는 "이 시대 여성들의 하소연 같은 이야기"라며 "실제 삶을 담아낸 만큼 관객들과의 공감대가 쉽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