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40% 돌파한 SBS '찬란한 유산' 26일 종영

지난 두달 여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순위 1위, 올해 들어 첫 시청률 40% 돌파라는 기록을 세운 SBS TV '찬란한 유산'이 26일 28회로 막을 내린다.

한효주와 이승기를 스타덤에 올리고, 반효정과 김미숙이라는 두 중견 연기자의 진가를 다시 확인시킨 '찬란한 유산'은 권선징악이라는 뚜렷하면서도 명쾌한 주제와 한 회 한 회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내러티브 구조가 잘 맞아떨어지며 남녀노소의 인기를 끌었다.

지난 19일 자체 최고 시청률 43.4%를 기록한 이 드라마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똑순이 아가씨가 착한 마음과 씩씩함을 무기로 고난을 이겨내는 이야기다.

소재 면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찬란한 유산'은 같은 이야기도 누가,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며 관심을 모았다.

이 드라마의 1등 공신인 소현경(44) 작가를 23일 전화로 만났다.

1999년 MBC '베스트극장' 극본 공모에서 '앙숙'으로 당선된 후 지난 10년간 '진실', '매일 그대와', '성녀와 마녀', '그 여자', '얼마나 좋길래' 등의 드라마를 집필하며 바쁘게 달려온 그는 "언제나 그렇듯 망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드라마를 끝낸 소감이 어떤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26일 방송이 끝나봐야 알 것 같다.

이번 드라마는 워낙 사건이 많고 멜로가 복잡하게 짜여 있어서 대본을 쓰는 데 체력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다.

그동안 작업실에서 나가지 못하고 내내 글만 썼다.

내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기사가 났던데 그건 아니고, 10년 일하면서 처음으로 링거를 맞기는 했다.

--결말은 어찌 나나.

▲방송을 보시라. 결말은 우리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웃음) 마지막이 다가오면서 너무 고민하느라 대본이 좀 늦어졌는데 어찌 됐든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마무리했다.

신인 때 '진실'이라는 드라마를 쓰면서 당시 네티즌들의 요구로 결말을 바꾼 적이 있는데 무척 후회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계획대로 갔다.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 인물들이 누구라도 오해를 받으며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악인은 벌을 받고 끝나나.

▲글쎄….(웃음) 악행을 한 성희(김미숙 분)나 승미(문채원)도 이미 그 과정 속에서 충분히 괴로워했다고 생각한다.

성희가 극도의 이기심 때문에 계속 사건을 저지르는데 그것이 엉뚱하게 은성(한효주)에게 좋은 일로 돌아가버린다.

은성이가 장사장(반효정)을 만난 것도 성희 때문이었지 않나.

자신의 행동이 역으로 은성이에게 계속 좋은 일이 되는 것을 보며 성희는 미칠 듯이 괴로웠을 것이다.

또 계속 악행이 탄로 날까 봐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채로 살아가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형벌이지 않겠나.

--성희의 악행과 거짓말이 매회 상상 이상이었다. 작가로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성희의 거짓말을 쓰고 나면 진이 쭉 빠져버리곤 했다.

성희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빈틈없이 행동해야했다.

꼭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자신이 절박했기 때문에 그런 거짓말을 계속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흩트려놓은 딸의 인생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성희 자신이 엄청난 고민을 해야했다.

이 드라마를 지난해 11월부터 준비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 얼개를 다 구상해놓았다.

남들이 보기에 뻔한 구도인데, 그것을 어떻게 하면 뻔하지 않게 풀어내느냐가 과제였고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다.

--선악 대비가 또렷하다.

▲개인적으로 인물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악역을 등장시켜도 이유 없는 악역은 재미없다.

현실에는 있는지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는 뼛속까지 나쁜 인물을 그리고 싶지 않다.

악역에게도 어떤 이유를 주고 싶다.

그런 짓을 할 절박한 이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것과 함께 제일 신경 쓰는 것이 구성과 개연성이다.

쓰면서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없다고 생각하면 속에서 마구 들볶인다.

빈틈없는 구성을 통해 개연성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뭔가. '착한 드라마'라는 별명도 얻었다.

▲거창하게 무슨 사회적 메시지를 생각한 것은 없다.

그건 건방지다고 생각한다.

그냥 은성이처럼 긍정적인 캐릭터를 내세워 착한 사람에게 행운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너무 좋게 봐주셨다.

'착한 드라마'라는 말은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마냥 좋지는 않다.

어느 작가인들 '막장 드라마'를 쓰고 싶어 쓰겠나.

작가는 그냥 그 순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은성이에게는 장사장이 행운인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장사장 같은 성숙한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

나는 그렇게 못돼도, 깨달음의 경지에 올라 남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어른이 어딘가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반효정 선생님이 완벽하게 연기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젊은 4인방의 멜로가 꼬였다.

▲이 드라마를 쓰면서 가족의 이야기와 함께 4각 멜로는 끝까지 끌고 가려고 애썼다.

네 사람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그리고 싶었다.

그것은 그 아이들의 운명이다.

--큰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많이 봐주실 줄은 몰랐다.

작가로서 항상 최선은 다하지만, 시청률이라는 것이 극중 장사장의 말대로 인력으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시청률이 한 자리가 나오면 모두 힘들기 때문에 제발 그러지만은 않았으면 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