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여고생이 늦은 밤 교내에서 영원한 우정을 피로 맹세한다. 그날 밤 한 명이 투신 자살하고,그 이후 친구들에게도 의문의 죽음이 찾아온다. 학생들의 시기와 질투가 뒤섞이며 학교는 순식간에 피의 공포로 물들여진다.

한국 공포영화 사상 최장수 시리즈물인 '여고괴담5:동반자살'은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학교란 폐쇄적인 공간을 무대로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다. 첫 편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번 영화는 특히 여고생들의 '동반 문화'에 주목한다. 여학생들은 도서관에 가거나 식당에 갈때,심지어 화장실에 갈때에도 친구와 함께 간다. 그들에게는 친구가 마치 세상의 전부인 듯 싶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의 뿌리에는 '입시 스트레스'란 억압과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

선생과 부모가 주는 입시 스트레스는 학생들 간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그것이 새로운 억압과 공포의 형태로 재생산되는 것임을 짐작케 한다. 여고생의 동반자살이란 테마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만난 어른들의 동반 자살이란 사회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이종용 감독은 "'동반 자살'이란 다른 사람을 죽이는 행위"라며 "여고생들의 잘못된 선택,나쁜 욕망의 끝을 통해 동반자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한별 김옥빈 송지효 등을 발굴해 인기배우로 도약시킨 '여고괴담'시리즈의 이번 신작에는 5000여 명의 오디션 참가자 중에서 발탁한 신예 오연서 장경아 손은서 송민정이 기용됐다.

여름 극장가에 한국 공포영화들이 잇따라 내걸린다. '여고괴담5'가 18일 개봉되는 데 이어 '4교시 추리영역'(7월)'요가학원'(8월) 등이 관객들을 찾는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준비 장소인 학교와 학원을 배경으로 삼고 학생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포착하는 게 공통점이다. 고교생뿐 아니라 젊은 직장여성까지 주인공으로 내세워 누구나 '어둠의 자식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윤재연 감독의 '요가학원'은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한 요가학원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홈쇼핑 간판 쇼호스트인 효정(유진)은 자신보다 젊고 매력적인 후배의 등장으로 자신감을 잃고 위기를 맞는다. 때마침 학창시절 친구 선화(이영진)가 몰라보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비결은 요가학원에서 실시하는 비밀 훈련이다. 절대 미를 갖고 싶은 효정은 요가학원에서 저마다 사연을 지닌 여성들을 만난다. 그러나 그들은 수련 도중 거울을 보지 말라는 등 갖가지 금기 사항을 위반하면서 죽음의 대가를 치른다.

영화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외모 지상주의를 극단적으로 그려낸다. 아름다움의 이면에 도사린 두려움과 공포의 현주소도 포착한다. 훈련 중 각종 금기 사항들은 미의 여정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한별 유진 조은지 차소연 등 충무로 기대주들이 출연한다.

신동엽 감독의 '4교시 추리영역'은 고교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뤘다.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간 체육시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교실을 지키고 있던 남녀 주인공은 살인자로 누명을 쓸 처지에 놓인다. 1시간 후 학생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살인 사건을 풀어야할 상황에 처한 두 주인공은 주변인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에 착수한다. 이 영화는 어른이 아닌 고교생이 해결사로 등장하는 스릴러란 점에서 이채롭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