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여고생' 민서는 버스 안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카림과 우연한 사건으로 얽히게 된다.

그의 지갑을 습득한 뒤 절도범으로 몰리며 사태 수습을 돕기로 한다. 카림의 1년치 임금을 떼먹은 전 직장 사장을 함께 찾아주기로 한 것.민서는 처음에는 '새까만' 카림 곁에서 걷는 것조차 거북스러워하지만 점차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카림이 3년간의 취업계약 만료로 추방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적신호가 켜진다.

신동일 감독의 독립영화 '반두비'('애인'이란 뜻의 방글라데시 언어 · 25일 개봉)는 이주노동자와 여고생 간의 사랑을 경쾌한 터치로 그려낸다. 이 영화에서 카림은 여고생과 교감하는 인격적인 주체로 그려지며 민서가 한 단계 성숙해지도록 이끄는 길잡이 노릇도 겸한다. 이 작품은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평가상과 CGV장편영화개봉지원상 등 2개 부문 상을 받았다.

신 감독은 "다문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된다는 주제를 부각시켰다"며 "심각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즐길 수 있도록 민서의 좌충우돌 행각을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다문화 시대를 맞아 이주노동자를 다룬 독립영화 4편이 이달 중 선보인다. '반두비' 외에도 '로니를 찾아서'와 '처음 만난 사람들'이 4일 개봉된 데 이어 '히말라야,바람이 머무는 곳'이 11일 관객들을 찾아간다. 외국인 노동자를 다룬 단편영화는 있었지만 장편영화들이 이처럼 한꺼번에 쏟아지기는 처음이다. 52만여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체류 단순기능직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영화계가 뒤늦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셈이다. 이들 영화에서는 실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캐스팅돼 차별의 실상을 보여주거나 한국인 주인공의 성장을 이끄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눌한 한국어 구사 장면들은 엉뚱한 재미마저 보태준다.

'로니를 찾아서'는 태권도장 사범 인호(유준상)와 방글라데시 출신 노점상 로니와 대결을 통해 인호의 성장 과정을 그렸다. 인호는 로니와의 대련에서 패한 뒤 복수를 위해 통역자 뚜힌과 함께 로니를 찾아나선다. 인호와 뚜힌은 티격태격하면서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어간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카메라가 비춘다. 또한 그들에 대한 차별 실태는 우리를 반성하게 만든다.

김동현 감독의 '처음 만난 사람들'은 탈북 청년 진욱 (박인수)과 베트남 청년 팅윤(꽝스) 등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 간 우정을 담아낸다. 사회적응교육을 갓 마친 진욱은 한국으로 시집온 옛 애인을 찾으러 부안으로 가는 팅윤을 우연히 만나 함께 길을 나선다. 카메라는 두 사람의 여정에서 떠오르는 희망을 포착한다.

전수일 감독의 '히말라야,바람이 머무는 곳'은 40대 기러기아빠가 동생의 공장에서 일하던 네팔 노동자 도르지의 유골을 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 히말라야로 떠나면서 겪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산맥 중턱에 있는 도르지의 집에 도착하지만,그들의 단란한 가족을 보고 차마 사망 소식을 전하지 못한다. 삶의 의미를 잃었던 주인공은 그곳에 머물면서 따스한 가족들과 광활한 히말라야 풍경을 통해 마음을 정화한다. 최민식이 '친절한 금자씨' 이후 4년 만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