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 비통한 심정을 내비쳤다.

28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진행된 영화 ‘박쥐’ 칸 영화제 수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검은 정장 차림으로 등장 “오늘 아침 덕수궁 대한문 분향소에 들러 조문을 하고 왔다”면서 “이른 아침이라 시민들이 별로 없었는데 등교 중이던 여고생들의 모습을 보여 감회의 느낌을 받고 왔다”라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박 감독은 “칸 현지에서 서거 소식을 들었다”면서 “이번 영화제는 나에게 기쁜 반면에 너무 충격적인 부음을 두 건이나 들어야 했던 슬픈 행사이기도 했다”라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영화사 아침의 고 정승혜 대표의 부음과 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듣고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다”면서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다리가 후들거려 서있기 조차 힘들었다”라고 큰 충격을 받았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특히 박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 인터뷰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일을 치러야 하는 등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입장을 뭐라 표현할 말이 없다”면서 “지금 여기에 앉아 있는 지금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하다”며 어렵사리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이어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고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기간임을 감안해 엄숙하고 차분히 치러졌으며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 또한 수상의 기쁨을 자제하는 모습으로 칸에서 선전한 ‘박쥐’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보고만을 했다.

‘박쥐’는 이번 ‘제6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3등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에 이어 또 다시 본상을 수상, 세계적인 거장임을 과시했다.

뉴스팀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