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이라는 타이틀이 어쩌면 무색한 ‘흥행신예’ 이준혁. 첫 등장부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그는 출연작들이 연달아 성공을 거두며 화려한 필모그라피를 장식하고 있다.

특히 톱스타 송혜교, 최지우, 김선아 등 화려한 여배우들과의 호흡과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휩쓸고 있는 이른 바 ‘나쁜 남자’ 캐릭터로 남녀 팬들을 모두 확보하며 ‘떠오르는 스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진욱, 송승헌, 차승원, 김강우 등을 섞어놓은 듯한 묘한 매력의 얼굴과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움이 서려있는 ‘빛이 어린’ 눈빛, 그리고 모델 부럽지 않은 큰 키까지, 연기력을 기본으로 화려한 외모로 주목받고 있는 그는, 엘리트라는 또 다른 캐릭터로 180도 변신을 꽤하고 있다.




★ ‘성적 1등’ 이준혁, ‘나를 빼고는 영화를 논하지 마라’

“정말 영화를 좋아했어요. 반에서 영화에 대한 거라면 모든 친구들이 나에게 물어봤을 정도니까요.”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를 즐겨보고 영화 광팬이 되고, 영화가 좋아 연기에 발을 내딛게 됐다는 배우 이준혁. 사실 19세 이상 영화도 과감히(?) 즐겨보며 영화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했던 ‘학생’ 이준혁의 영화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기만 했다.

특히 영화와 맞물려 미술, 만화 그리기에 남다른 소질을 발견한 이준혁은 자신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영화 연출에 도전, 그를 계기로 ‘연기’라는 새로운 분야와 인연을 맺게 된다.

“영화를 정말, 진짜로 많이 좋아했어요. 그래서 영화 연출을 공부하기 위해 영화 아카데미를 다녔죠. 연출을 겉핥기 정도 배우던 중 연기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아 연기 공부도 병행했는데, 정말 묘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정말 이것이 내 적성에 딱 맞는 일이다 직감했죠.”



이후 소속사를 결정하고 연기 수업에 본격적으로 매진한 이준혁은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 막내아들 ‘선수’ 역으로 전격 캐스팅, 실감 넘치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데뷔식을 치렀다.

“사실 처음에는 연기가 우스웠어요. 연출을 공부하면서 병행하는 정도였으니 부담없이 봤던 거죠. 하지만 연기 선생님으로부터 2년 넘게 혹독한 꾸지람을 들으며 연기라는 것이 정말 어렵고 힘든 과정임을 절실히 깨달았죠. 그 때의 마음가짐을 끝까지 가져가자고 매일 되새겨요.”


★ 나쁜 남자에서 엉뚱 매니저, 엘리트 공무원까지…‘팔색조’ 이준혁

‘사랑 표현’에 서툰 ‘선수’ 캐릭터로 여심을 제대로 흔든 이준혁은 이어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송혜교의 옛 연인 ‘준기’로 등장, ‘까칠한 남자’의 표본을 여실히 보여주며 또 한번 여심을 자극했다.

이어 이준혁은 SBS ‘스타의 연인’에서 최지우의 보디가드 겸 매니저 ‘장수’ 역으로 코믹 변신을 꽤해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보이며 마니아층을 더욱 두텁게 했다.

“사실 어떠한 캐릭터가 나와 잘 맞다 그런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선수’ 역을 연기할 때는 극중 엄마에게 했던 그대로 집에서도 효자로 살았고, ‘준기’로 살 때는 그를 이해하며 오히려 송혜교 선배를 미워했죠. ‘장수’ 때는 정말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니까요. 캐릭터에 따라 내 실제 성격도 많이 변화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고 즐거워요.”



까칠하면서도 차가울 것 같은, 상냥한 남자와는 거리가 먼 외모를 지녔지만 그가 그동안 선보인 캐릭터들 속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천의 얼굴, 팔색조 매력의 배우임을 직감케 하고 있다.

특히 보여지는 이미지와 비슷한 ‘선수’ ‘준기’ 캐릭터와는 달리, 제대로 엉뚱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장수’와 새롭게 시작한 ‘시티홀’의 엘리트 ‘수인’은 이준혁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얻으며 ‘라이징 스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 “박찬욱-이창동 감독님이 부르시면 만사 뒤로하고 달려가야죠”

영화 광팬으로 시작해 영화배우로의 삶을 꿈꾸는 독특한 이력의 이준혁. 그가 연기자로 우뚝서기 까지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영화는 ‘초록물고기’와 ‘올드보이’, ‘박하사탕’이다.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준혁에게 있어 이들 작품들은 가슴을 흔든 영화라는 점에 앞서 자신의 연기하고픈 캐릭터 성향과 딱 맞아 떨어지는 절묘한 의미를 내품고 있다.

“이창동, 박찬욱 감독님과 작업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박 감독님의 극대화된 이미지 스타일도 그렇고 이 감독님의 연기 성향도 그렇고 나와 모든 면에서 잘 맞는 것 같아요. 영화를 사랑하게 만든 분들인 만큼 이제는 영화배우로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영광이 오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죠.”



자신의 연기적 성향이라는 것은 결국 관객들로 하여금 절대 이해흫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한 이준혁은 대표적인 배우로 전도연을 꼽으며 자신 또한 그녀와 같은 배우를 꿈꾼다고 각별한 애정을 내비쳤다.

“전도연 선배의 가장 큰 매력은 예쁘다는 거예요. 그 예쁨이 외모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보는 이들에게 100% 이해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힘이죠.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남자 주인공도 그랬던 것처럼, 자기 합리화가 아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이해를 얻어내는 능력 말이에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전도연 선배를 존경하고 한번쯤은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죠.”


★ ‘완벽남’ 이준혁, 2% 부족한 배우를 꿈꾸다!

이준혁에게 있어 ‘조강지처클럽’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첫사랑’임에 틀림없다. 아직까지 ‘선수’ 이준혁으로 불리며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선수’ 때문에 많은 인지도를 얻어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그 힘으로 연속으로 작품에 출연하는 행운도 안았고요. 여러 캐릭터를 했지만 아직까지 각별히 한 이미지가 없는 매력 또한 다작을 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신인은 아니지만 정해진 이미지가 없는, 무엇을 입혀도 괜찮은 매력? 부담 없다는 게 강점인 셈이죠.”



2년 여 동안 ‘조강지처클럽’ ‘그들이 사는 세상’ ‘스타의 연인’ ‘씨티홀’ 까지 쉼없이 달리고 있는 26살 청년 이준혁은 앞으로도 다작(多作)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전한다.

특히 완벽한 외모의 그는 이미지와는 달리, 멋있는 연기는 하고 싶지 않단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가 아닌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의 조인성 같은 다 가지지 못한, 부족함이 서려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프다는 것.

“재벌 2세지만 멋있기보다는 무언가 부족한, 빈틈이 있는 캐릭터 있죠? 완벽보다는 그런 캐릭터가 잘 맞을 것 같고 잘 할 수 잇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는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거든요. 그 부족함에 대한 고민도 많고요. 하지만 그 부족함과 자신감은 앞으로 채워가야 할 제 숙제인 것 같아요. 그 숙제를 다 한 다음에는 책임질 수 있는 캐릭터로 정말 좋은 작품에 서보고 싶어요. 숙제는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 하는데(웃음).”

뉴스팀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